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방안’ 사전 브리핑에서 환경영향평가 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하천공사에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환경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부는 24일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공개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에 ‘덩어리 규제’가 있다며,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 환경 영향 검토와 재난 대응을 강화하고 기업 부담을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긴급한 재난대응 사업과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된 하천정비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하천기본계획은 국가하천은 물론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수립되기 때문에, 앞으로 보와 제방 건설, 대규모 준설 등 거의 모든 하천공사는 환경영향을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재난 대응 관련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돼 이번 방안을 낸 것”이라며 “하천기본계획 수립 당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기 때문에 이때 환경 영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천공사의 환경영향평가 면제는 여소야대의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당장 추진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중소형 댐의 경우, 댐 관련 법률를 적용받기 때문에 이번 환경영향평가 면제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보나 제방 등 하천시설물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지(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신속한 재난 대응’을 앞세워 하천공사의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겠다고 했지만, 재난 응급조처를 위한 사업은 이미 면제 대상이다.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개방’ 등 지난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무위로 돌린 데 이어, 중소형 댐 건설과 지천 사업을 뼈대로 하는 ‘포스트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걸림돌을 제거하려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로 환경영향평가를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전략영향평가는 국가의 주요 계획 단계에서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보는 절차다. 반면, 환경영향평가는 국가 및 민간의 사업 단계에서 환경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는 것이라 차이가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낙동강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트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하는 것은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불필요한 보와 댐 해체를 목표로 삼은 유럽연합의 자연복원법 등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환경부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야말로 혁파 대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이날 발표된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는 환경영향평가 축소 외에도 화학물질 등록과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등의 조처도 담겼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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