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 D-1주년 기념행사’ 개막식에서 존 루든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부산/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대한민국 부산이 새로운 지질시대를 선포하는 도시가 될까?
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와 연제구 부산국가지질공원 일원에서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 D-1주년 기념행사’가 시작됐다. 이와 함께 한국지구과학연합회(KGU) 연례학술대회와 국가지질공원 13곳이 참가하는 지질공원한마당도 공동 개최된다.
세계지질과학총회는 내년 8월 부산에서 ‘하나뿐인 지구, 함께하는 지구과학’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1875년 유럽과 북미의 지질학자들이 주도해 시작됐고,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과학 학술행사다. 내년에는 세계 지질학자들에게 신청받은 주제 40여개와 관련한 6천편 이상의 학술 발표가 약 1만명의 연구자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다.
특히, 새로운 지질시대로 제안된 ‘인류세’가 공인될 수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류세는 약 1만1700년 전 시작된 지질시대 ‘홀로세’를 벗어나 인류 활동이 지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새 지질시대를 일컫는다.
인류세실무그룹(AWG)은 지난달 인류세의 대표 지층 격인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을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호수의 퇴적층으로, 대표 화석 격인 ‘마커’를 플루토늄으로 정하고 1950년대부터 인류세가 시작됐다는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크로퍼드 호수는 1950년대 이뤄진 수소폭탄 실험과 방사능 낙진에 따른 플루토늄 급증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데다, 다양한 인간 활동이 계절·화학적 변화에 따라 지층으로 반영된 곳이라는 게 인류세실무그룹의 설명이다.
초안은 층서학(지층에 기록된 정보를 연구하는 학문)을 다루는 국제층서학회(ICS) 산하기구인 제4기층서위원회(SQS)와 국제층서위원회의 찬반 투표를 거친다. 두 투표에서 연달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인류세 공인은 ‘9부 능선’을 넘게 된다. 그리고 내년 부산에서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이 여는 국제지질과학총회에서 비준되면 최종 확정된다.
인류세의 대표 지층이라 할 수 있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으로 선정된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 콘서베이션 홀턴 제공
존 루든 국제지질과학연맹 회장은 “내년 총회는 하나뿐인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질학 기반의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남종영 기자
존 루든 국제지질과학연맹 회장은 이날 벡스코에서 열린 D-1주년 기념행사 개막 연설에서 “계속되는 경제성장은 지구를 티핑 포인트에 내몰고 있다. 우리는 좀 더 역사적인 관점으로 지구를 바라봐야 한다”며 지구과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어서 그는 “인류가 지구에 끼친 영향을 측정할 수 있게 됐고, 그 영향이 길게 이어지리란 것도 알게 됐다”며 “지질과학자들은 인류세가 언제 시작됐는지 알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내년 총회는 하나뿐인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질학 기반의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교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 조직위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한지질학회의 사전설명회에서 “최근 들어 국제지질과학연맹에서 (안건에 대한 비준이) 부결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위원회에서는 국제층서위원회가 (인류세 투표 결과를) 미리 공표하지 않고, 부산 총회에서 공표하는 등 의미 있는 행사를 해보자고 제안 중”이라고 말했다.
D-1주년을 기념하는 부대 행사도 열린다. 지질공원한마당에는 전국 13개 국가지질공원이 참가해 지질공원 해설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해설사 경연대회와 부산국가지질공원 필드 트립과 홍보 부스 등이 운영된다.
한국 지구과학회, 기상학회, 우주과학회, 지질과학협의회, 천문학회, 해양학회 등이 모인 한국지구과학연합회의 제4회 연례 학술대회도 29일까지 이어진다.
부산/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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