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사이드·숲가꾸기·환경감시…10년안에 18만개 창출 예측…정책 배려 필요
대학에서 산림환경자원학을 공부한 이숙희(25)씨는 매일 아침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출근한다. 그가 북한산에서 하는 일은 등반객들을 상대로 숲에 대해 설명하고 교육하는 일이다. 그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를 관찰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그의 직업은 에코가이드(자연환경안내원)다.
북한산을 비롯한 전국의 국립공원에는 이씨와 같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속 에코가이드 300명이 일하고 있다. ‘국립공원 에코가이드’라는 직업은 2004년 8월 이전까지는 없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을 찾는 국민들에게 생태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일자리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면서 생겼다.
환경운동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경과 고용을 결합시킨 이런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해왔다. 경제 살리기와 고용 창출을 앞세워 진행되는 대형 건설사업들을 환경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는 방식의 운동만으로는 ‘먹고사는 문제’가 발등의 불인 대중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2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마련된 ‘환경·고용·복지문제의 통합적 접근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토론회’는 이런 고민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날 발제에서 김재현 생명의숲 사무처장은 하천·습지·국립공원 등의 자연환경안내, 환경감시, 숲길 조사·복원, 숲가꾸기 산물 수집 등의 자연자원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발굴하면 2007년까지 6000여개, 2012년까지 3만50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분야 발제에 나선 임종한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제주에서 지난해 실시된 유기농급식, 안성과 원주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운영중인 의료생활협동조합을 확대하고, 지역환경보건센터와 아토피센터 등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6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풍력, 바이오에너지와 같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산업은 원자력이나 다른 화석에너지 산업에 비해 특히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를 발제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특히 가축분뇨와 다양한 에너지작물, 산림 부산물 등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대해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하고 일거리가 없어 해체되고 있는 농촌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최근 풍력, 태양광,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산업의 세계시장 규모가 선진국들의 투자 확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통해 석유 고갈에 대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뿐아니라, 다른 어느 분야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환경정의의 김일중 공동대표는 “환경분야에서 10년 안에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는 자연자원, 환경보건, 에너지 등 3개 분야에서만 18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런 가능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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