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 한 쌍. 환경부 제공
소똥으로 동그란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는 과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곤충이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모습을 감추기 시작해 어느 사이엔가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소똥구리는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지만 1970년대 이후 공식 발견 기록이 없어 환경부는 실제 절멸된 상태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부가 이 소똥구리를 인공증식해 자연 복원 시도를 하기로 했다.
곤충학자들은 과거 농가에서 논밭갈이를 위해 한 두마리씩 키우던 소를 농기계가 대체하고, 방목에서 공장식으로 축산 환경이 바뀐 것을 소똥구리가 사라진 원인으로 꼽는다.
외양간에서 논밭을 오가는 길에 배설하는 소들이 사라지고, 집단 사육되는 소들이 축사 바닥에 배설한 소똥은 축산분뇨처리시설에 모여 처리되면서 소똥구리들의 먹이원인 신선한 소똥 공급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축산농가에서 방목하는 소들도 소똥구리가 소화시킬 수 없는 성분의 사료와 항생제까지 먹고 있어 이들이 배설한 소똥이 소똥구리의 먹이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소똥구리를 자연에 되살리기 위해 인공증식한 200마리를 13일 오후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에 방사했다. 이들이 국내 자연환경에서 실제 살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방사한 소똥구리들은 국립생태원이 2019년부터 몽골에서 소똥구리 원종을 도입해 증식한 개체들이다. 방사된 지역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현재 한우를 방목하고 있어 소똥구리의 먹이가 되는 소똥이 풍부하고, 소똥구리 번식에 유리한 모래 토양으로 구성돼 있어 소똥구리 복원의 적지로 선정됐다.
안세창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파브르 곤충기나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똥구리를 미래세대들이 생태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증식기술을 고도화하고 서식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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