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등 기후·환경단체들이 지난 3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기후솔루션 제공
정부의 현재 에너지 계획으로는 전 세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키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글로벌 지속가능성 센터는 지난 11일 한국의 탄소중립 로드맵과 에너지계획을 분석해 이런 결론이 담긴 온실가스 감축 경로 시나리오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 계획인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전기본)등이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한국의 에너지 계획을 ‘통합 평가 모형’(GCAM-CGS)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 추세와 발전량 전망과 비교했다. 통합평가모형은 경제사회, 에너지, 농업·토지 이용, 기후 시스템을 포괄한 장기적인 변화를 측정하는 통합 평가 모델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네이트 헐트만 교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과 존 케리 기후특사 아래에서 기후 관련 요직을 역임하며 탄소중립 전략을 짜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연구진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경로가 ‘파리협정’을 준수하려면 전력 부문의 빠른 탈탄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30년까지 석탄 발전량을 80% 감소하고, 2035년 남아 있는 석탄 발전 설비에서 생산되는 발전량이 전체의 1% 미만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2035년 이후 시점에서는 석탄 발전이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
그러나 올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기본에 따르면 석탄발전 비중은 2030년과 2036년에도 각각 19.7%와 14.4%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앞서 2021년 한국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30.2%로 확대하는 목표를 담았지만, 올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기본에서는 해당 목표가 21.6%로 줄어들었다. 힐트만 교수는 “제10차 전기본은 전 세계적 1.5도 제한 노력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석탄 퇴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연할 경우 글로벌 공동 목표를 이루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일의 성패는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한국이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45%를 재생에너지(주로 태양광 및 풍력)로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확충해야 한다. 이는 현시점부터 매년 10∼12GW의 신규 용량 설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한국 태양광 신규 설비 규모는 전년(2.99GW)에 견줘 약 17% 감소한 2.5GW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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