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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70년간 독도경비대원 괴롭힌 흡혈 곤충, 알고 보니 ‘신종 모기’

등록 2023-09-17 12:03수정 2023-09-17 22:14

생물자원관 “깔따구 아닌 등에모기과 신종”
서식지역 지명 따 ‘독도점등에모기’로 명명
독도에서 발견된 등에모기과(Family Ceratopogonidae) 신종 독도점등에모기(Culicoides dokdoensis).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독도에서 발견된 등에모기과(Family Ceratopogonidae) 신종 독도점등에모기(Culicoides dokdoensis).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70여년 전인 1953년 4월 결성돼 ‘이 시대의 마지막 의병’으로 불린 독도의용수비대 대원들은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적에 맞서야 했다. 하나는 한국전쟁의 혼란을 틈타 독도를 침탈해 오는 일본이었고, 다른 하나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곤충이었다.

“양말을 두 켤레, 세 켤레 신어도 뚫고 들어와요. 모기보다 작아서 아무 데나 구멍만 있으면 파고들어 와서 무는데, 물리면 참 오래 갑니다. 그런 거 참 많이 겪었어요.” 현재 유튜브에 남아 있는 당시 의용수비대원의 증언이다.

당시 활동한 의용수비대원들은 물론 현재 독도를 지키는 경찰경비대원까지도 괴롭히고 있는 이 흡혈 곤충은 ‘깔따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정체는 깔따구가 아니라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신종 모기로 드러났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경찰 독도경비대원들.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 누리집
독도를 지키고 있는 경찰 독도경비대원들.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 누리집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70여년간 독도경비대원을 괴롭혀 온 깔따구로 알려진 흡혈성 곤충이 독도에만 서식하는 신종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생물자원관과 배연재 고려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2022년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 연구를 통해 이 곤충이 파리목(Order Diptera), 등에모기과(Family Ceratopogonidae), 점등에모기속(Genus Culicoides)에 속하는 신종 곤충인 것을 밝혔다.

이 곤충은 깨알만한 크기(몸길이 2~3㎜)로 작아, 그동안 깔따구로 오인돼 왔다. 하지만 연구팀의 조사 결과 주둥이가 퇴화해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깔따구와는 달리 산란기의 암컷이 척추동물의 피부와 모세혈관을 이빨로 찢어 흘러나오는 혈액을 흡혈하는 모기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생물자원관은 이 신종 모기의 학명을 서식지인 독도의 지명을 따 ‘독도점등에모기’(Culicoides dokdoensis)로 명명하고, 올해 말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로 독도수비대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곤충의 실체를 70여 년 만에 밝힌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독도경비대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등에모기류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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