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서 발견된 등에모기과(Family Ceratopogonidae) 신종 독도점등에모기(Culicoides dokdoensis).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70여년 전인 1953년 4월 결성돼 ‘이 시대의 마지막 의병’으로 불린 독도의용수비대 대원들은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적에 맞서야 했다. 하나는 한국전쟁의 혼란을 틈타 독도를 침탈해 오는 일본이었고, 다른 하나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곤충이었다.
“양말을 두 켤레, 세 켤레 신어도 뚫고 들어와요. 모기보다 작아서 아무 데나 구멍만 있으면 파고들어 와서 무는데, 물리면 참 오래 갑니다. 그런 거 참 많이 겪었어요.” 현재 유튜브에 남아 있는 당시 의용수비대원의 증언이다.
당시 활동한 의용수비대원들은 물론 현재 독도를 지키는 경찰경비대원까지도 괴롭히고 있는 이 흡혈 곤충은 ‘깔따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정체는 깔따구가 아니라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신종 모기로 드러났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경찰 독도경비대원들.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 누리집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70여년간 독도경비대원을 괴롭혀 온 깔따구로 알려진 흡혈성 곤충이 독도에만 서식하는 신종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생물자원관과 배연재 고려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2022년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 연구를 통해 이 곤충이 파리목(Order Diptera), 등에모기과(Family Ceratopogonidae), 점등에모기속(Genus Culicoides)에 속하는 신종 곤충인 것을 밝혔다.
이 곤충은 깨알만한 크기(몸길이 2~3㎜)로 작아, 그동안 깔따구로 오인돼 왔다. 하지만 연구팀의 조사 결과 주둥이가 퇴화해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깔따구와는 달리 산란기의 암컷이 척추동물의 피부와 모세혈관을 이빨로 찢어 흘러나오는 혈액을 흡혈하는 모기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생물자원관은 이 신종 모기의 학명을 서식지인 독도의 지명을 따 ‘독도점등에모기’(Culicoides dokdoensis)로 명명하고, 올해 말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로 독도수비대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곤충의 실체를 70여 년 만에 밝힌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독도경비대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등에모기류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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