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 거센 비바람이 부는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강풍을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입동’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일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8일 아침 기온이 이보다 2~5도 낮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오늘(7일)보다 기온이 더 낮다면 내일(8일)은 대체 얼마나 춥다는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하지만 기상청이 예보한 최저기온 수치와는 달리, 내일은 오늘보다 ‘덜’ 추울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영향으로 7일엔 실제 기온보다 ‘체감온도’가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체온보다 낮기 때문에 우리 몸의 열은 주변의 공기를 덥히는 데 쓰인다. 강한 바람이 불면 사람 몸 주위의 공기가 빠르게 교체되면서 우리 몸은 더 많은 열을 빼앗기게 되니 당연히 ‘더 춥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기상청은 통상적으로 ‘기온 10도 이하, 풍속 1.3㎧ 이상’일 때부터 겨울철 체감온도를 산출한다.
기상청의 ‘지역별 상세관측자료’를 보면, 서울 중구는 7일 새벽 3시 기온 3.6도를 기록했다. 풍속은 7.2㎧, 체감온도는 영하 1.4도로 나타났다. 새벽 3시22분에는 기온이 같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1.8도로 더 떨어졌다. 이때 풍속은 8.2㎧였다. 바람이 세게 부는 만큼, 체감온도가 더 떨어진 것이다. 이날 강원도 대관령의 새벽 3시 기온은 1.7도였지만, 거세게 분 바람(4.5㎧)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 6도까지 떨어졌다.
8일 새벽 3시, 서울 중구의 기온은 3도로 전날 보다 0.6도가량 더 낮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전날보다 4.4도 높은 3도로 예보됐다. 이때 풍속은 1㎧였다. 오전 8시에는 최저기온과 체감온도가 모두 2도로 예보됐다. 이때 풍속도 1㎧로 예상된다. 강원도 대관령의 이날 새벽 5시 기온은 영하 3도로 전날보다 5도가량 떨어지지만, 체감온도는 도리어 영하 5도로 전날보다 1도 높게 전망된다. 이때 풍속은 2㎧다. 기온은 8일이 더 낮지만, 체감온도는 7일이 더 낮아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7일 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온 건 지난 5~6일 전국에 비를 뿌린 저기압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대륙고기압이 확장해 차가운 북서풍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6일)부터 찬 공기가 자리를 잡기 시작해, 오늘 아침에도 바람이 불면서 찬 공기가 들이차고 있다”고 말했다.
우 분석관은 이어 “기존에 있던 공기에 찬 공기가 들어오면 거기서 강풍이 발생한다”며 “오늘(7일)은 우리나라 북쪽에 있는 저기압이 (동쪽으로) 점차 빠져나가고 서쪽에 있는 고기압이 자리를 잡는 과정인데, 우리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고, 내일(8일)은 고기압의 센터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기압이 동쪽으로 많이 빠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륙고기압이 세력을 넓혀 다가오면서 두 기단 간 거리가 가까워져, 7일 바람이 매우 세차게 불면서 추위가 배가된 것이란 설명이다.
게다가 1주일 전,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가 갑작스레 기온이 급감한 것도, 7일 더 춥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7일 아침 기온은 3.6도로 전날(15.4도)보다 11.8도나 낮았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