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8일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둔 채, 대기업들이 쓰는 대용량 산업용 전기요금만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 달려 있는 전기계량기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전력공사가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둔 채,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기로 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서민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1조원대 자산 매각 및 조직 개편 등을 담은 추가 자구책을 함께 내놨다. 하지만 이런 조처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201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9일부터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을) 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산업용이지만 중소기업들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을) 요금도 시설 규모에 따라 1㎾h당 6.7~13.5원으로 차등 인상하기로 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 인상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산업부 등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일반 가구, 자영업자 등 서민 경제의 부담이 특히 큰 상황”이라며 “향후 국제 연료 가격과 환율 추이 등을 살펴가며 요금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등이 산업용(을)만 요금을 올린 것은 이들 기업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데다, 그간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을) 사용자는 전체(2488만6천호)의 0.2% 수준(4만2천호)이지만, 전기 사용량의 48.9%를 차지했다. 한전은 산업용(을) 요금 인상으로 올해 4천억원, 내년 2조8천억원의 판매 수익이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전은 이날 서울 공릉동 인재개발원 터 매각과 한전케이디엔(KDN) 지분 20% 등 자회사 지분 매각 추진 계획 등을 담은 추가 자구책도 내놨다. 추가 자구책에는 본사 조직을 ‘8본부 36처’에서 ‘6본부 29처’로 축소하고, 올해 초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른 정원 조정을 앞당기고 설비관리 자동화와 희망퇴직 실시, 800명 증원 계획 폐지 등을 통해 2천명대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4분기 가스요금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강 차관은 “이미 다섯차례에 걸쳐 45.8%나 가스요금을 올린데다 난방 수요가 몰리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것을 고려해 동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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