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회의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3차 회의를 나흘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완화를 규탄하고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내년말까지 유엔 플라스틱 협약안을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케냐 나이로비에서 13일(현지시각)부터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플라스틱 협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일주일 일정의 협상 테이블이 열린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170여개 유엔 회원국은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플라스틱 협약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이 지구의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어 세계가 함께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주기적 접근 방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유엔환경계획(UNEP)는 정부간 협상위원회(INC)를 소집해 내년까지 협약문을 완성할 방침이다.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스톡홀름 협약이나 폐기물 관련 바젤협약 등이 있지만,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를 관리하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국제적 약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 회의는 이에 따라 2024년까지 모두 5차례 열기로 한 정부간 협상위원회의 3번째 회의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와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열린 앞선 두 차례 회의와 달리 협약문 초안을 처음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본격 조율에 들어가는 첫 회의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지난 9월 유엔환경계획 사무국이 공개한 30쪽 분량의 협약문 초안을 보면, 협약문의 핵심인 용어의 정의, 원칙, 범위 등 일부 주요 조항들에 대해서는 자리만 잡아놓은 수준이다. 하지만 협약의 목적을 포함한 나머지 대부분의 조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초안은 협약의 목적에 대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고,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만 명시하는 방안과,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제시하며 그 방법론을 덧붙이는 서로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방법론 자리에 남겨둔 괄호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함으로써”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에 대한 포괄적 접근에 바탕을 두고” “2040년까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서 플라스틱 오염의 예방, 점진적 감축 및 제거를 통해서” 등이 선택지로 제시돼 있다.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 게티이미지뱅크
유엔환경계획은 매년 약 11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이 지난해 2월 발표한 플라스틱 해양 오염 평가 보고서를 보면, 플라스틱은 전 세계에서 1950년 이후 2017년까지 이미 92억톤이 생산된 상태다. 만약 플라스틱 협약을 통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간 생산량이 계속 늘어 2050년이면 현재의 두 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플라스틱 오염으로 점차 숨통이 조여오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다는 총론을 두고는 지난해 유엔환경총회에서 합의한 것처럼 국제사회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 협약 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느냐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 나라 사이에 이견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두 차례 열린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에서는 특히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특히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는 산유국과 석유화학 업계들은 환경단체들로부터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협약에 포함되지 않도록 방해공작을 편다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19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플라스틱 협약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실현 가능성 있는 협약 제정’을 기본 원칙으로 국제협약 제정·이행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한 ‘플라스틱 협약 핵심 대응’에서 환경부는 “(플라스틱) 전주기에 걸친 의무 조항 신설을 지지하되, 국가별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이며 협약 당사국이 이행 가능한 의무 부과 추진”을 대응의 기본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제조·생산부터 순환이용성 강화’ ‘재활용 확대’ 등과 함께 ‘일회용 플라스틱·포장재 규제’ 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7일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무기 연기해 환경단체들로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를 지지한다는 지난달 발표를 뒤집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24년 다섯 번째로 열리는 플라스틱 협약문 성안을 위한 마지막 정부간 협상위원회 유치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지금 국제사회가 논의 중인 플라스틱 협약에서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고,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플라스틱이 일회용 식기, 빨대, 젓는 막대, 비닐봉지 등”이라며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오염 저감 우호국에 가입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고는 국내에서 전혀 그런 과제들을 이행하고 있지 않는 것은 굉장히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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