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의 운명은… 31일 오후 전북 김제시 만경읍 화포리 개펄에서 민물도요새와 흰물떼새들이 서해의 붉은 노을 위로 무리지어 날아오르고 있다. 이들 철새는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겨울을 보낸 뒤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중 해마다 3~5월에 전북 새만금 일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개펄에서 중간 휴식을 취한다.
김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31일 늦은 오후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전북 김제시 만경읍 화포마을 앞 개펄. 만조로 바닷물에 살짝 잠긴 개펄에서는 이미 낮에 갯지렁이 등으로 한껏 배를 불린 도요·물떼새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해마다 3월 초부터 가깝게는 대만과 동남아시아, 멀리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날아오는 민물도요, 큰뒷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붉은가슴도요와 흰물떼새들이다. 같은 시각 화포개펄에서 서쪽으로 30여㎞ 가량 떨어진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현장에서는 트럭들이 굉음을 울리며 바닷물 속으로 바윗덩이들을 쏟아붓고 있었다. 화포개펄의 철새들은 자신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본 공사 현장이 자기네 소중한 휴식처를 앗아가는 작업일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게다가 올가을 시베리아에서 남쪽 월동지로 가는 길에 다시 새만금에 들르게 되면 녀석들은 영 달라진 환경에 당황해할 것임이 틀림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