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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차선 지우고 ‘쓱’ 빗자루질 보행자 건강 나몰라라

등록 2006-04-13 19:50

지난달 25일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대광고 옆 도로 한 가운데서 진행된 차선 도색 제거작업 모습
지난달 25일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대광고 옆 도로 한 가운데서 진행된 차선 도색 제거작업 모습
중금속 포함된 가루 흩날려…“진공흡입기 사용해야”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신설동 대광고 앞에서 고려대 방향으로 100m 가량 떨어진 도로 위. 대광고 앞 로터리에서 고려대 앞 사이에 설치된 가변차로를 해제하기 위한 차선 지우기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작업자가 모터가 달린 이동식 그라인더를 차선 위로 천천히 밀고가자 도로 표면에 붙어 있던 노란색 페인트가 갈려 나왔다. 다른 작업자들은 그렇게 갈려 나온 페인트 가루를 도로 청소용 빗자루로 쓸어 모은 뒤 삽으로 자루에 퍼담았다. 빗자루와 삽만으로는 울퉁불퉁한 도로 위에 깔린 페인트 가루를 말끔하게 치운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작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작업자들 뒤에 남겨진 도로 위의 페인트 가루는 마침 불어온 바람에 눈을 바로 뜨기 어려울 정도로 부옇게 날아 올랐다. 도로로 지나는 차량들은 서둘러 차창을 올렸지만, 주변 인도로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저 코를 감싸 쥐고 종종걸음을 칠 뿐이었다.

이렇게 날아 올라 행인들의 콧속으로 들어갔을 노란색 페인트 가루에는 야광효과를 위해 배합한 유리알 가루는 물론 납과 구리, 아연과 같은 중금속까지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수거한 페인트 가루를 전문분석기관인 이티에스컨설팅 연구소에 맡겨 분석한 결과, 납이 0.47㎎/㎏, 아연이 1.64㎎/㎏, 구리가 0.11㎎/㎏ 검출됐다.

석미희 이티에스컨설팅 대표는 “이런 납 함유량이 어느 수준인지는 이 경우에 적용할 기준이 없어 판단하기 곤란하지만, 이렇게 날아다니는 페인트 속의 납 성분은 미량일지라도 호흡을 통해 사람들의 몸 속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작업 현장을 본 이강윤(50·서울시 양천구 신월4동 1039)씨는 “고성능 진공 흡입기를 동원해 그라인더로 갈아낸 페인트 가루를 바로 빨아들이는 식으로 작업을 하면 페인트 가루가 날아다닐 이유가 없는데, 담당 기관의 무관심 때문에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지적에 작업을 감독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쪽은 “공사 현장을 지나는 시민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당장 개선할 여건은 안된다”는 태도다. 서울경찰청 관제2계 이영열 경위는 “진공 흡입기 등의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공사업체들이 영세하고 예산도 부족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신 공사업체들에게 최대한 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작업하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계도’는 적은 인력으로 작업 일정에 쫓기는 공사업체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대광고 인근 차선 도색제거 작업은 현장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평소보다 페인트 가루가 많이 날릴 것이 예상됐는데도 물조차 뿌리지 않고 진행됐다.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대고 경찰청이 집행하는 이런 방식의 차선 도색 제거작업은 지난해 서울시내에서만 모두 70곳 49㎞ 길이의 차선에서 이뤄졌다.

글·사진/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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