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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부녀 정성’ 4년 밑거름 우리꽃동산 활짝 폈네

등록 2006-06-04 20:04

꽃박람회 외국꽃 점령에 충격
전국 돌며 꽃씨 수집 수업 써
2천평 형형색색 ‘관악산 명소’
관악산 ‘들꽃 학습장’ 가꾼 이후용씨와 딸 경선씨

서울 관악산의 서울대 쪽 등산로 들머리를 지나 오른쪽 샛길로 빠지면 난데없는 옥잠화·금강초롱·구절초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 군락이 등산객을 맞는다. ‘야생화 학습장’이라는 작은 간판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의 야생화는 모두 400여 종. 모두 토종이다. ‘관악산을 지키는 시민모임’ 대표 이후용(66)씨가 지난 2002년 4월부터 가꿔온 꽃들이다.

이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4년 전 한 꽃 박람회에서 겪은 ‘충격’ 때문이다. 1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니 온통 외국꽃 천지였다. “우리 야생화만 해도 수천여 종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튤립·장미 같은 서양꽃들을 전시해놓고 돈까지 받는 것에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 길로 차를 타고 전국을 돌며 야생화 꽃씨를 찾아다녔다. 한 해 1억원이 넘는 돈을 야생화 꽃씨 구하고 심는 일에 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렵게 구한 야생화는 토양과 기후가 안 맞아 오래지 않아 죽기 일쑤였다. 장마철과 겨울을 나고 나면 꽃동산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2년 사이 이씨도 서서히 지쳐갔다. 그러던 2004년 이씨는 경기 용인의 한 식물원을 찾았다. 정부에서 지원까지 하는 훌륭한 곳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정작 가보니 역시 외국꽃 일색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그만두지 않겠다.’ 사그라지던 투지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버지의 ‘소중한 뜻’에 공감한 딸 경선(34)씨가 두 팔 걷고 나서줬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우리 할아버지는 관악산 대장’이라며 좋아했습니다. 아버지의 실천은 그 자체로 참교육이었습니다.” 경선씨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거르지 않고 관악산에 가 쓰레기를 치우고 잡초도 뽑았다. 상인들이 줄지어 있고 쓰레기가 뒹굴던 곳을 아름답게 바꿔낸 노력을 인정받아 경선씨는 지난 2일 서울시에서 주는 ‘2006 서울사랑 시민상’ 환경부문상을 받았다.

이씨 가족의 소중한 땀방울이 결실을 보아 지금은 2000평의 꽃밭에 온갖 야생화들이 한겨울만 빼고는 다투듯 이어서 피고 진다. 하루종일 꽃밭을 떠나지 않는 아가씨가 있는가 하면 야생화를 보며 고향 생각에 잠기는 노인들도 많다. 휴일이면 1만여명의 인파가 몰리는 ‘관악산 명소’가 됐다. 요즘엔 근처 개구리들이 연꽃 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저녁이면 ‘개구리 합창 소리’가 대단하다.

이씨는 “관악산을 보호하고 야생화를 가꾸는 건 후손을 위한 봉사”라며 “‘봉사 활동 잘해서 출세했다’는 말이 통하는 사회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문의 ‘들꽃 사랑회’ (02) 887-8207.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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