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점모시나비 지킴이 전인복씨
국내 유일 집단서식지 밭을 ‘나비공간’으로
환경청서 수익보전…수상한 사람 얼씬 못하게 “나비 애벌레들이 배추를 갉아먹을까봐 배추밭에 농약을 뿌리다가도 나비가 눈에 띄면 일부러 나비한테 농약을 뿌리기도 했어요. 가끔 외지 사람들이 잠자리채 같은 것을 들고 와 잡아가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 나비가 그렇게 귀한 것인 줄은 몰랐지요.” 그러던 전인복(60·사진)씨는 부인 나선희(55)씨와 함께 3년 전부터 멸종위기종 붉은점모시나비(아래 사진)를 지키는 지킴이로 변신했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에 있는 전씨의 밭과 그 주변 산자락이 붉은점모시나비의 집단 서식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호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뒤 다른 지역에서는 같은 종이 발견되지 않아 그의 밭과 주변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붉은점모시나비 자연 서식지가 됐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이름 그대로 모시처럼 흰 날개에 붉은 점이 찍힌 자태를 지녀, 많은 나비 전문가들한테 멸종위기종 나비 가운데 아름답기로 첫손에 꼽히는 종이다. 원주지방환경청과 전씨는 지난해 전씨의 밭을 붉은점모시나비가 제대로 살아갈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전씨는 밭에 나비의 먹이식물인 엉겅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농사를 짓지 않고, 환경청은 그 대신 그가 밭에서 올리던 연평균 600만원의 수익을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삶터를 보전하는 길은 트였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법 채집의 위협이다. 전씨 밭의 붉은점모시나비를 노리는 손길은 멀리 외국에서까지 뻗쳐오고 있다. 2004년 5월 말 산림청 소속의 한 기능직 직원이 일본인 4명과 함께 전씨의 밭에서 붉은점모시나비를 잡다 들킨 것이 그 증거다. 붉은점모시나비는 흰 날개에 찍혀 있는 붉은 점이 일장기를 연상시켜 일본 나비 수집가들이 가장 손에 넣고 싶어하는 표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환경청 직원이 상주하며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터여서, 붉은점모시나비의 운명은 서식지 밭 주인인 전씨에게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붉은점모시나비가 번데기에서 날개가 돋아 활동하는 5월 말에서 6월 중순 사이 그의 마음은 온통 나비가 날아다니는 밭에 가 있다. 다른 밭에서 일을 하면서도 서식지 밭 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우다가, 수상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연장을 냅다 내던지고 달려간다. 그러다 보니 그도 이제는 배추흰나비와 산제비나비를 알아내는 ‘전문가’가 다 됐다.
전씨는 “붉은점모시나비가 우리 밭에서 없어지면 우리나라 자연에서는 아예 멸종한다니 농사가 아무리 바빠도 그런 일은 없도록 나서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삼척/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환경청서 수익보전…수상한 사람 얼씬 못하게 “나비 애벌레들이 배추를 갉아먹을까봐 배추밭에 농약을 뿌리다가도 나비가 눈에 띄면 일부러 나비한테 농약을 뿌리기도 했어요. 가끔 외지 사람들이 잠자리채 같은 것을 들고 와 잡아가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 나비가 그렇게 귀한 것인 줄은 몰랐지요.” 그러던 전인복(60·사진)씨는 부인 나선희(55)씨와 함께 3년 전부터 멸종위기종 붉은점모시나비(아래 사진)를 지키는 지킴이로 변신했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에 있는 전씨의 밭과 그 주변 산자락이 붉은점모시나비의 집단 서식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호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뒤 다른 지역에서는 같은 종이 발견되지 않아 그의 밭과 주변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붉은점모시나비 자연 서식지가 됐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이름 그대로 모시처럼 흰 날개에 붉은 점이 찍힌 자태를 지녀, 많은 나비 전문가들한테 멸종위기종 나비 가운데 아름답기로 첫손에 꼽히는 종이다. 원주지방환경청과 전씨는 지난해 전씨의 밭을 붉은점모시나비가 제대로 살아갈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전씨는 밭에 나비의 먹이식물인 엉겅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농사를 짓지 않고, 환경청은 그 대신 그가 밭에서 올리던 연평균 600만원의 수익을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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