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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고양 옥빛마을 14단지 주민들의 ‘친환경아파트’ 운동

등록 2006-07-06 19:46수정 2006-07-07 01:08

경기 고양시 화정동 옥빛마을 14단지 생태공원을 만들기 이전과 이후 모습. 오른쪽 사진에서 어린이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곳이 소생물 서식공간(비오톱) 구실을 하도록 판 연못이다.
경기 고양시 화정동 옥빛마을 14단지 생태공원을 만들기 이전과 이후 모습. 오른쪽 사진에서 어린이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곳이 소생물 서식공간(비오톱) 구실을 하도록 판 연못이다.
생태공원에 새 찾아들고 자연체험장 구실 톡톡히
시에 요구해 단지밖 화단 만들고 담 허물기도 추진
시멘트 걷어낸 땅에 작은연못·야생화…

경기도 용인 구성지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는 마치 잘 가꾼 공원 같다. 주차장이 모두 지하로 들어가 지상 녹지공간이 더욱 넓게 배치된 단지 안에는 작은 숲이 있고 실개천까지 흐른다.

‘친환경’을 강조하며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들의 대표적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아파트 단지들의 공간은 전체 생태계보다는 사람을 위한 쾌적한 환경에 초점을 맞춘 몇몇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배치된 것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친환경 아파트’로 보기는 어렵다.

친환경 아파트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박보경 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센터 간사는 “생태계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사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형식의 ‘친환경 아파트’보다는 이미 우리나라 주택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아파트들을 입주민들이 힘을 모아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으로 바꿔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한겨레신문사가 4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공동주최한 ‘환경 아파트 워크숍’에서 최찬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친환경 아파트의 핵심 환경지표로 지구환경 보전, 주변 환경과의 친화성, 거주 환경의 쾌적성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옥빛마을 14단지는 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센터가 아파트 주민들 스스로 행한 친환경 아파트 운동의 성공과 실패,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는 곳이다.

1995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21·25평형 6개 동 720가구의 이 아파트 단지 귀퉁이에 있는 100여평의 생태공원은 지금은 갖가지 야생초와 수생식물이 어우러져 있지만, 2004년 6월까지만 해도 보도블록으로 덮인 죽은 땅이었다.

현재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민 박평수(45)씨가 생태공원화 제안을 내놓고 설득에 나선 지 1년여 만에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부녀회 등 주민 자치기구에서는 회의비와 활동비를 아껴 마련한 500만원의 공사비를 내놨고,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에 호응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와 보도블록을 걷어냈다.

그렇게 생태공원에 함께 만들어진 두 평이 될까말까 한 작은 연못은, 어느 사이엔가 노랑턱멧새와 직박구리 등 아파트 단지 주변에 사는 새들이 마음 놓고 찾아와 목을 축이는 곳이 됐다.


5일 오후 주민들과 함께 돌아본 연못에는 부들과 창포 등이 자라고 있고, 올챙이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1402동에 산다는 박정훈(11·백양초등 5)군은 친구들과 함께 연못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친구들에게 “저 올챙이를 보니까 올챙이가 뒷다리부터 나온다는 노래가 맞는지 확실히 알겠다”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듣던 노연선(43) 14단지 아파트 부녀회 회장은 “우리가 만들어준 연못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생물들을 보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그래도 가장 생태공원 조성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라며 “가끔 인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자연학습을 오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에 고무된 주민들은 이번에는 아파트 곳곳에 특별히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어놓은 땅을 생태계의 일부로 되돌리는 작업에 나섰다. 그렇게 해 야생화를 심은 곳은 10여곳에 이른다. 주민들의 눈길은 또 아파트단지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해는 지역 시의원을 설득하고 시에 요구해, 아파트 단지 옆을 지나는 길 양쪽에 화단을 만들도록 했다. 노 부녀회장은 “이제는 땅에 쓸데없이 시멘트가 발라져 있는 꼴을 두고보지 못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옥빛마을 주민들의 녹색 아파트 만들기 운동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고양환경연합과 몇몇 주민들이 앞장서 추진한 아파트 담 허물기 사업은 아파트가 지나치게 개방되는 것에 불안해하는 일부 주민 대표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에 박 위원장이 “주민들이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는 한 쉽지 않은 사업”이라고 하자 옆에 있던 황선하(48) 아파트단지 23통 통장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될 사업”이라고 받았다. 처음에 연못과 생태공원을 만드는 것도 많은 주민들이 해충의 서식공간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동투표에서 한차례 부결되기도 했지만, 결국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던 사례를 설명하는 황 통장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고양/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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