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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국립공원 고로쇠 수액채취 논란

등록 2005-03-01 16:03수정 2005-03-01 16:03

수액을 받아내기 위한 비닐 봉지를 밑둥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고로쇠 나무. 나무의 생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대 3개까지만 뚫을 수 있도록 한 산림청 지침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수액을 받아내기 위한 비닐 봉지를 밑둥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고로쇠 나무. 나무의 생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대 3개까지만 뚫을 수 있도록 한 산림청 지침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산림보호냐 주민생계냐 고민이로세

‘자연보존지구 주민만 채취’
개정안 국회통과 앞두고
내장산 자락 고로쇠 나무마다
대롱 주렁주렁 ‘고문중’

주민도 살고 공원도 살리는
정부차원 지원방안 서둘러야

“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생활 불편을 감수하며 어렵게 사는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하는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까지 못하게 막아야 하나.”

“국립공원의 지정 취지를 생각할 때 자연보존지구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고로쇠나무 수액을 비롯한 임산물 채취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철이면 으레 제기되는 수액 채취 주민들과 국립공원 보호운동을 펴는 환경단체 사이의 이런 논란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특히 환경부가 지금까지 수액을 비롯한 임산물 채취를 금지해 온 국립공원안 자연보존지구에서도 지역 주민에 한해 채취를 허용하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때보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립공원 구역에서도 취락지구와 자연보존지구의 완충지대인 자연환경지구에서는 지금도 허가만 받으면 수액 채취가 가능하다. 따라서 환경단체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허가 지역을 벗어나 자연보존지구 안까지 들어와 채취규정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벌이는 수액 채취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 사무국장은 “국립공원 지정은 그 안에 있는 자연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며, 임산물은 국립공원 자연자원의 핵심”이라며 “국립공원 지정 목적을 감안하면 국립공원 용도지구 가운데서도 가장 엄중하게 관리돼야 할 자연보존지구에 있는 고로쇠나무는 손 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수액 채취를 위해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고 박아놓은 플라스틱 관. 관 위쪽에 수액 저장용 비닐 봉지를 매달기 위해 박았던 못이 오랫동안 제거되지 않고 녹슨 채 방치돼 있다.
현재 국립공원에서의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지난달 23일 오구균 호남대 교수가 이끄는 국시모 고로쇠나무 수액채취 현장 답사팀과 함께 내장산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천진암 왼편 산자락에 드문드문 서 있는 고로쇠나무 가운데 흉고 직경 45㎝쯤 되는 한 나무 밑동에서는 모두 8가닥의 플라스틱 대롱이 박혀 있는 것이 발견됐다. 밑동을 빙 둘러가며 꽂혀 있는 대롱으로 수액이 모두 빠져나가 위쪽으로 수액이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오 교수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항상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자라고 새 눈을 티우기 위해 필요한 수액을 제 때에 공급받지 못한 나무는 성장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액 채취가 나무의 생장에 지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산림청은 수액 채취는 흉고 직경 10㎝가 넘는 나무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채취 구멍은 한 나무에 최대 3개까지만 뚫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수액채취·관리지침을 만들어 놓았다. 이 지침이 채취 현장에서는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오 교수는 “산림청 지침은 고로쇠나무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라며 “이 지침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도록 주민교육을 강화하고, 그 준수 여부를 다음해 허가에 반영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장산국립공원에서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백양사 북서쪽의 남창계곡 주변이다. 장성군이 내장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 협의해 주민들에게 수액 채취를 허가한 나무의 70% 이상이 이 계곡 주변에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전남대수련원에서 이 계곡을 따라 500m쯤 올라간 위쪽부터 입암산성까지는 내장산국립공원에서도 자연보존지구다. 하지만 계곡 초입에서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수액 채취용 노란 비닐주머니를 밑동에 매단 나무들의 모습은 지도상 자연보존지구 경계를 넘어서까지 이어졌고, 그 나무들 가운데는 고로쇠나무가 아닌 단풍나무도 더러 섞여 있는 것이 발견됐다.

▲ 수액 채취를 위한 구멍은 아래쪽에 뚫을수록 나무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뽑아낸 수액이 자연유하식으로 이송관(나무 뒤쪽에 가로로 보이는 관)을 통해 운반하기 위해 바닥에서 1m 이상 되는 곳에 구멍을 뚫었다.



동행한 정장훈 내장산남부국립공원관리사무소 소장이 “자연보존지구가 실제로 시작되는 것은 지도상에 표시된 지점 보다 100m 가량 위쪽”이라고 말해 100여m를 더 올라갔으나 마찬가지였다. 따라나섰던 남창마을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 주민 정동일씨는 “사실은 더 위쪽인 산성 근처까지 모두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털어놓고, “국립공원안에서 각종 규제에 매인 채 어렵게 사는 주민들이 공원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먹고살려고 하는 것까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겠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백양사고로쇠나무수액협회에 참여해 내장산국립공원 안에서 공동으로 수액 채취를 하는 주민은 모두 29가구다. 이들이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로 얻는 소득은 기상조건에 따라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비를 빼고 한 가구에 대략 500여만원꼴이라는 것이 한봉운 수액협회장의 설명이다. 별다른 일거리가 없는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사이 두 달 동안의 산촌 주민들의 벌이로는 적지 않은 액수다.

백양사고로쇠나무수액협회가 받은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허가에는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나무의 그루수까지 명시돼 있다. 백양사지구 516그루, 남창지구 1744그루 등이다. 하지만 한 회장은 “내장산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는 자연보존지구에 있는 것을 빼고도 3500그루 정도”라고 말해 허가조건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 소장은 “부족한 공원관리 인력으로 넓은 국립공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조 관계가 필수적이어서 규정대로만 엄격하게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며 “자연보존지구에서의 고로쇠나무 수액채취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수액채취를 안하는 조건으로 휴경농지에 대한 보상과 마찬가지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주옥 국시모 사무국장도 “국립공원에서의 동·식물 채취, 포획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하지만 그 행위가 전통적으로 행해졌던 주민들의 소득원이라면 유예기간을 설정해 점차적으로 국립공원 밖으로 옮기거나, 다른 생계수단으로 전환하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칼슘 함량 높아 ‘골리수’
이뇨작용 효과는 입증안돼

고로쇠나무는 습한 계곡에 주로 자생하는 단풍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그 이름은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는 고로쇠나무 이외에 붉은고로쇠나무, 우산고로쇠나무, 만주고로쇠나무, 긴고로쇠나무, 왕고로쇠나무, 산고로쇠나무, 집게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등 모두 9종의 생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로쇠 수액의 성분=당류가 주성분이며, 아미노산, 회분, 지방, 무기원소로 칼슘과 칼륨, 나트륨, 철, 비타민류로 비타민 B, B, C가 함유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특히 칼슘의 함량은 토마토나 사과, 포도 보다도 높아 옛 사람들이 붙인 ‘뼈에 이로운 물(골리수)’이라는 이름이 허튼 것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변비, 위장병, 통풍, 신경통, 산후통 등에 효과가 있고 이뇨작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런 약리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수액이 나오는 원리=2~3월에 고로쇠나무 줄기에 깊이 1.5㎝ 이내로 구멍을 뚫거나 상처를 내놓으면 수액이 흘러나오는데, 이는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갈 때 형성되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 사이 목질부 세포들의 주야간 압력 차이, 즉 수간압 때문이다. 수간압은 주야간 일교차가 클수록 커지기 때문에 수액 유출량도 주야간 일교차가 클수록 많아진다. 고로쇠 나무 이외에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당단풍나무, 박달나무, 물박달나무, 사스래나무 등도 수액 유출이 많아, 지역에 따라 고로쇠나무 수액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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