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백도명 교수팀 “경유차 발생 1.4%”…환경부 66%와 큰 차
환경부·서울시 “신뢰 적은 분석모델 쓴탓…매연 줄이기 정책 불변”
환경부·서울시 “신뢰 적은 분석모델 쓴탓…매연 줄이기 정책 불변”
수도권 미세먼지에서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실제보다 고평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기질 개선대책의 실효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은 최근 환경부가 관련기관에 배포한 ‘환경오염질환 모니터링을 통한 위해성 관리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경유차가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2.5) 발생에 기여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부가 발표한 경유차의 수도권 미세먼지(PM10) 유발비중 66%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경유차 대책’ 실효성 없다?=환경부는 지난해 수도권 대기개선대책을 확정하면서 “휘발유차는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으며, 경유차가 서울 전체 미세먼지의 66%를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5조 원으로 책정한 대기개선 사업비 중 4조 원을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LPG차 개조 등 이른바 ‘경유차 대책’에 집중시켰다.
대기질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올해 1130억 원을 들여 경유차 4만 2387대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고, 차량 개조 비용의 70~95%를 지원하며, 조기 폐차할 경우 잔존 가치의 절반을 보전해 준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백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경유차 중심의 수도권 대기질 개선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전면적인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분석모델 차이에서 비롯된 혼란?=환경부는 ‘66 대 1.4’라는 큰 격차는 두 연구가 활용한 분석모델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한 설명자료에서 “수도권 기본계획 수립에 사용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분석은 통제 불가능한 황산염이나 질산염과 같은 2차 생성물과 외부유입먼지 등을 고려하지 않는 ‘확산모델’을 사용했으나, 백 교수팀의 분석은 2차 생성먼지나 외부유입먼지와 같은 모든 오염물질의 분포를 계산한 ‘수용모델’을 사용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에서 직접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기여율이 상대적으로 적게 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수 국립환경연구원 대기총량과 연구관은 “수용모델은 아직 신뢰도가 떨어지고 미래의 대기질 예측이 불가능해 대기정책 수립에 활용하는데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관은 같은 수용모델을 사용했으나 경유차의 초미세먼지 발생 기여율이 백 교수팀의 연구보다 7배 이상 높게 차이가 나는 대기환경학회 분석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백 교수 연구팀의 이승묵 교수는 “수용모델은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정확한 배출원 목록이 작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원별 기여도를 측정하는 데는 확산모델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은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구윤서 안양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두 모델이 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어느 한 모델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이야기하기 보다 두 가지 모델의 특성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경유차 정책부터”= 환경부는 이번 논쟁이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 등에 영향을 미칠까 애를 태우고 있다. 박광석 환경부 대기총량제도과장은 “미세먼지도 그 발생원에 따라 인체에 대한 유해성에 큰 차이가 난다”며 “황사 등에 의한 미세먼지에 비해 발암성 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경유차 대책’은 정책수단과 기술을 활용해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목영만 맑은서울추진본부장도 “경유차 매연 줄이기를 정책 우선 과제로 삼았던 도쿄·런던 등에선 대기질이 좋아지는 효과가 뚜렷했다”며 “학자들끼리도 서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논문 보다는 해외에서 실제로 효과를 본 사례가 정책 집행자들에게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 본부장은 “서구에서도 먼저 미세먼지(PM10)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단계로 온실가스원인인 이산화탄소 등으로 옮아갔다”며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영향을 끼치는 미세먼지를 먼저 줄이는 것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경유차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은 변함없다”라고 말했다.
김정수 이정애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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