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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크릴, 마구잡이…남극 생태계 흔들릴라

등록 2006-10-19 20:38수정 2006-10-19 20:46

크릴은 남극 주변에 사는 펭귄, 고래, 물개 등 수백종 동물의 기초식량이 될 만큼 남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극지연구소 제공
크릴은 남극 주변에 사는 펭귄, 고래, 물개 등 수백종 동물의 기초식량이 될 만큼 남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극지연구소 제공
공장식 어선 등장 남획 급증…펭귄·고래 먹이부족 우려
한국 세계2위 어획국…불법조업 원격감시등 대책 시급

‘미래 식량자원’으로 기대를 모으던 남극해 크릴의 남획이 새로운 지구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자원의 절대량은 많지만, 최근 연어양식장의 사료로 인기를 끌면서 대규모 공장식 어선이 출현하는가 하면 지구 온난화로 남극 생태계 자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3일부터 오스트레일리아 호바트에서 열리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전협약(CCAMLR·카밀라협약) 총회에서도 이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협약에는 최근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2위의 크릴 어획국으로 떠오른 우리나라를 포함해 24개국이 가입해 있다.

크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남극 주변에 서식하는 펭귄, 고래, 물개 등 수백종 동물의 기초식량이 될 만큼 남극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극 크릴의 자원은 막대하다. 총량은 5천만~5억t으로 추정된다. 크릴 어획량은 1980년대 말까지 연간 20만~30만t에 이르렀으나 그 뒤 연평균 10만t대로 떨어졌다. 카밀라협약이 정한 어획 허용량 400만t에 훨씬 못미친다. 최석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박사는 “전체적으로 조업량에 견줘 자원은 충분하지만 크릴이 모이는 곳에서 어획이 집중되는데다 그곳엔 크릴에 기대 사는 다른 동물들도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 줄어들면서 얼음 밑에 자라는 조류를 먹이로 삼는 크릴은 이미 감소추세에 있다.

크릴 보전에 비상을 건 것은 새로 등장한 노르웨이의 크릴어선 ‘사가 시’이다. 그물을 끄는 기존 트롤어선과 달리 아예 대형 펌프로 바닷물과 함께 크릴을 빨아들여 가공처리와 급속냉동까지 배 위에서 끝내는 ‘떠다니는 공장’이다. 이 배 한 척이 2004년 전세계 크릴 어획량의 25%, 지난해엔 38%를 차지했다. 연간 12만t까지 잡을 능력이 있다.


카밀라협약 사무국에 각국이 보고한 올해 어획 예정량은 노르웨이가 10만t, 미국 5만t, 우크라이나 3만t, 한국과 일본 2만5천t 등 모두 24만5천t으로 전년도보다 갑절로 뛰었다. 카밀라협약 과학위원회는 너도나도 이런 공장식 트롤선을 도입해 어획량이 극적으로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현재 크릴조업을 하는 나라는 5개국 8척으로, 우리나라도 3척을 보유하고 있다. 어획 주도국은 일본·폴란드에서 노르웨이·한국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획량은 2001년 7500여t에서 2005년 2만8000여t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지난해 인성실업㈜이 일본 크릴어선 1척을 인수해 2척으로 선단을 늘리면서 올해 어획량은 4만5000여t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 오두식 상무는 “소비가 늘지 않아 크릴만 잡아선 채산이 맞지 않는다”며 “인수한 일본 어선은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수출용”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조사를 보면, 남극크릴 생산량의 약 90%는 낚시 집어제와 미끼로 쓰이고 있으며, 소량이 크릴 첨가식품이나 양어장 사료용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번 협약 총회에서 환경단체들은 다른 남극해 어업과 마찬가지로 크릴어선에도 과학감독관이 승선해야 하고 조업구역을 세분화해 각각의 허용량을 정하는 한편 불법조업을 막는 원격감시장치를 장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총회에 참석하는 석규진 해양수산부 교섭관은 “노르웨이의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다른 조업국과 함께 계속적인 조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자세를 밝혔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은 “일본이 국제적 압력을 피해 직접조업국에서 수입국으로 변신하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주요 어획국이 되고 있다”며 “크릴이 꼭 필요한 소비재가 아닌 만큼 지구 차원의 환경보전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크릴? 남극 동물 수백종 먹여살려…지구온난화도 막아

새우 비슷하게 생긴 난바다곤쟁잇과의 갑각동물로 크릴새우로 부르기도 한다. 길이 6㎝, 무게 2g에 지나지않지만, 1㎥에 3만마리가 모일 정도로 밀집해, 수㎞ 범위에 이르는 큰 무리를 형성한다. 크릴은 모두 80여종이 있으며 수명은 5~7년이고 다른 갑각류처럼 탈피를 하며 자란다. 수온이 4℃ 이하인 찬물에서만 산다.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에 결빙을 막을 생체부동액을 지니고 있고 최고 200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신진대사를 낮춰 견딘다.

최근 크릴의 최대 수요처는 연어 양식장으로, 사료에 쓰면 핑크빛 살 색깔을 내는 효과가 좋다. 크릴엔 오메가3 지방산이 많고 항산화 효과도 뛰어나 각종 건강식품과 약품 개발의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독특한 맛이 있어 직접 식용으로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극 생태계에서 크릴은 수백종의 동물을 먹여살리는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길이 33m 무게 179t인 대왕고래는 하루에 4t의 크릴을 먹는다. 크릴은 바닷새인 앨버트로스, 물개, 물고기, 오징어 등도 먹여살린다.

최근 영국 과학자들은 남극 크릴이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밤에 바다 표면에 올라와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크릴은 배가 부르면 주기적으로 깊은 바다로 내려가 배설을 한다. 이런 행동은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면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바다 밑바닥에 격리시키는 효과를 낸다. 연구팀은 크릴이 자동차 3500만대가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고 계산했다.

조홍섭 기자

“한국, 남극생물 보존 적극나서야”
제임스 반스 남극보호연합 대표

그린피스, 지구의벗, 세계야생기금(WWF) 등 세계 주요 환경단체들의 연합체인 남극보호연합(ASOC)의 제임스 반스(62) 대표가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환경담당 기자들과 만나 “남극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한국 정부의 구실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민들이 남극에 좀더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3일부터 호주에서 열리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 연례회의에서 남극 조업 어선들의 남획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한국 정부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러 이날 환경부를 찾았다.

반스 대표는 전지구적 온난화 말고도 남극 생태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해양생물자원의 남획을 꼽았다. “남획은 크릴과 메로(칠레농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새인 알바트로스(신천옹)들이 어선들이 메로를 잡기 위해 바다에 늘어뜨린 낚시를 먹이로 착각해 삼키고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남극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불법 조업과 남획을 막기 위해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감시의 확대와 모든 크릴 조업선에 감시 과학자의 승선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스 대표는 해양생물자원의 남획 다음으로는 보트와 헬리콥터 등을 타고 연간 3만5000천명씩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대한 우려도 내놓았다.

그는 “남극을 둘러싼 대륙과 대양은 지구에 남겨진 마지막 야생의 보고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이라며 “유엔의 사무총장국이 된 한국이 남극 보호에서부터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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