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의 한 사찰이 수목장림을 조성하면서 성묘 장소 마련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 산림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사유림 장묘업자들 지자체 허가 없이 맘대로 벌채·비석까지
환경 친화적인 장례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수목장이 오히려 숲을 훼손하고 있다. 장묘업자들이 성묘 장소를 마련한다며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나무를 마구 베어내는 것이다.
19일 경기 고양시 노고산 ㅎ사찰의 수목장림. 300여평의 경내 숲 일부가 언뜻 보아도 성긴 나무 간격 탓에 울창한 주변 숲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사찰 쪽은 “본래 우거진 숲이었는데 나무가 빽빽하면 음식을 차려놓고 성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무 절반 가량을 베어냈다”고 설명했다. 사유림이라 하더라도 벌채를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고양시에 확인한 결과 이 절은 아무런 허가를 받지 않았다.
두달 전부터 수목장림을 운영하기 시작한 인천 강화군의 ㅈ사찰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족이 나무를 지정하면 그 주변의 나무들은 종무소가 모두 제거한다. 이렇게 분양한 나무들이 모두 200여 그루. 숲 곳곳엔 베어낸 나무들이 뒹굴고 있고, 어떤 나무 앞엔 비석까지 놓여 있다. 이 절의 홍보책자엔 ‘모든 인공구조물의 설치가 금지돼 있다’고 적혀 있지만 종무소 직원은 “유가족들이 직접 석조물을 만들어 설치하면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의 ㅎ수목원도 마찬가지. 1만5천평의 숲 여기저기엔 베어진 나무 밑동들이 눈에 띄었다. 수목원 직원은 “가장 값싼 나무가 200만원이고, 가족들이 나무를 지목하면 협상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박태호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과 겸임교수는 “친환경적 수목장이 자연 파괴의 주범이 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며 “성묘객들이 촛불과 향을 피우다가 자칫하면 산불로 번져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목장 도입이 산림을 소유한 사람들의 경제적 이윤 추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정부나 자치단체가 엄격히 관리하는 대형 수목장림 중심으로 정책을 펴지 않으면 매장 묘지의 문제점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원묘지·납골당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재단법인에서 맡아 설립해야 하고 요금도 엄격히 규제하는 데 반해, 현재 수목장은 개인이 임의로 자기 땅에 수목장림을 조성해 돈을 받고 분양하고 있다”며 “수목장 사업자가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아버리거나 유골이 유실되는 등 피해가 일어나면 구제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대부분 수목장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수목장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탓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공원묘지로 허가받지 않은 곳에선 개인 소유의 땅이라고 해도 매장 행위, 비석 설치 등을 금지하고 있다.
유신재 기자, 취재 도움/서강대 신문방송학 4년 김고운·이명호, 국문학 4년 유대근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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