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시행일 열흘 앞두고 규정 고쳐
환경부가 내년 1월부터 수입 휘발유 승용차에 적용할 예정이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100% 장착의무’를 2년간 늦췄다.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는 배출가스가 허용기준을 넘어설 때 계기판에 표시되게 해 운전자가 신속히 관련 부품을 정비하게 할 목적으로 장착되는 장치로, 지난 2004년 6월 환경부 고시로 그 도입 일정이 공포됐다.
환경부는 21일 “소규모 자동차 제작·수입사의 기술대응 여력을 고려해 연간 1만대 미만 제작·수입사에 대해서는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100% 장착의무 적용 시점을 2009년으로 늦추고, 1만대 이상의 제작·수입사에는 애초대로 내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제작사 가운데는 연 판매대수가 1만대에 미달하는 업체가 없고, 수입사 가운데는 1만대를 넘는 업체가 없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규정 개정이 수입사의 장착 의무를 늦춰준 특혜 조처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진석 환경부 교통환경기획과장도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자동차 교역 불균형이 큰 상황에서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장착 문제로 유럽산 자동차 상당량의 국내 시판이 불가능해질 경우 통상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며 이 조처가 수입사를 염두에 둔 것임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성조 환경운동연합 국토정책팀 간사는 “환경부는 지난 2005년에도 차량 배출가스 허용기준 시행일을 눈앞에 두고 수입차에 대한 적용을 유예해준 전력이 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는 데 따른 환경정책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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