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태백 사이 두문동재 고갯길 정상. 도로 왼쪽으로 금대봉·대덕산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오른쪽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 이어진다.(왼쪽) 길이 1363m의 두문동재 하행선 터널의 입구. 두문동재 터널 개통으로 태백시에서 서울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간 단축됐다.(오른쪽)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미시령 이화령 등 전국 60곳…터널 뚫리면서 인적 끊겨
유지비만 축내는 애물 전락…아스팔트 걷고 생태계 복원을
유지비만 축내는 애물 전락…아스팔트 걷고 생태계 복원을
도로는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그 건설 과정에선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로의 ‘편리함’은 시간이 흐르며 변한다. 점점 통행량이 느는 도로가 있는가 하면, 주변에 새 길이 뚫리면서 외면받는 도로도 있다. 최근 자연을 훼손하고 들어섰다가 활용가치가 사라진 도로의 생태를 복원시키자는 목소리가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인간에게 더는 쓸모가 없어진 도로를 자연에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4차선 이상 일반국도나 고속국도 확장 구간 가운데는 노선 단축과 안전도 보강 등을 위해 기존 도로 노선을 따르지 않고 새로 길을 낸 구간이 적지 않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에도 국도와 국가지원 지방도 확·포장 총연장 300㎞ 가운데 기존 노선을 따르지 않고 새로 길을 낸 구간이 모두 약 240㎞에 이른다. 엇비슷한 길이의 옛 도로가 구간구간 자투리 도로로 생겨난 셈이다. 자투리 도로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이관되는데, 상당수는 관리권을 넘겨받은 지자체에 애물단지가 된다. 건교부는 관리권만 넘기고 관리에 들어갈 예산은 따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별 쓸모도 없는 도로를 떠맡으면서 안전사고라도 나면 책임만 뒤집어써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런 도로들 가운데서, 환경단체들이 생태복원의 일차적 후보로 꼽는 도로는 기존 도로 밑으로 터널이 뚫리면서 남은 고갯길 구간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터널이 생겼는데도 시간과 연료를 더 소모해가면서 사고 위험이 높은 고갯길로 굳이 돌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 탓이다. 녹색연합이 최근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도로를 조사한 결과, 기존 도로가 지나는 고개 밑으로 새로 터널이 뚫렸거나 현재 터널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지방도 구간까지 포함해 60여곳이다. 3번 국도가 지나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 사이의 이화령, 38번 국도가 지나는 강원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화전동 사이의 두문동재, 31번 국도가 지나는 경북 봉화군 법전면과 소천면 사이의 노루재, 56번 국가지원지방도가 지나는 강원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토성면 사이 미시령 등이 대표적이다. 윤기돈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터널이 뚫리면서 남게 된 이들 고갯길 대부분은 바로 폐쇄해도 교통에 끼치는 영향이 없다”며 “이들 구간의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고갯길 가운데서도 백두대간을 지나는 도로는 우선적으로 복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환경단체들은 말한다. 단절된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을 연결할 뿐 아니라,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접근을 차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복원대상으로는, 이미 터널이 뚫린 미시령, 이화령, 목우재(강원 속초시 노학동∼설악동)와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 갈령(경북 상주시 화북면∼화남면), 넛재(경북 봉화군 소천면∼석포면), 신풍령(경남 거창군 고제면∼전북 무주군 무풍면), 조침령(강원 인제군 기린면∼양양군 서면) 등이 거론된다. 윤 국장은 “도로건설의 계획과 시공 단계에서는 형식적이나마 생태계 훼손을 줄이려는 노력은 있어 왔으나, 활용가치가 사라진 도로의 생태복원에 대해서는 정책적 관심이 닿지 않고 있다”며 “활용가치가 떨어진 도로의 처리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지혜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두문동재 이곳만은
‘보호구역’ 금대봉-은대봉 사잇길로 훼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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