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 안에서 노동자들이 방진 마스크와 방진복으로 온몸을 감싼 채 석면 제거 작업을 하는 모습. 앞쪽 사람은 석면 먼지가 덜 나게 해 주는 약품을 뿌리고, 뒤쪽 두 사람은 간단한 도구만으로 제거할 부분을 조금씩 떼어내고 있다. 이티에스컨설팅 제공
국내 철거면허업체·교육기관 없어 외국에 의지
측정기관도 3~5곳 불과…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측정기관도 3~5곳 불과…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의 천장과 벽이 고농도의 석면 함유 자재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 보도(<한겨레> 22일치 1면·12면 참조)된 지난 22일, 서울메트로(지하철공사)는 역별로 이뤄지는 냉방공사를 계기로 석면을 단계적으로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격적인 발표에 그동안 석면 문제를 제기해 온 노동·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보인 첫 반응은 발표 내용을 전한 보도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곧 발표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한 이들은 지금 서울메트로의 약속이행 여부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지하철역에서 석면을 모두 제거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아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석면 위협에 맞서는 데 필요한 기본적 ‘인프라’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 상태에서 지하철역의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하려면 외국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석면철거 면허제도 자체가 없고, 따라서 정부로부터 석면제거 작업 면허를 받은 업체도 없다.
노동부는 건축물 등에서 석면제거 작업을 할 때는 작업계획을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2003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할 업체를 키우기 위한 후속 대책이 따르지 않아, 현재 석면제거 업체 간판을 내건 업체들은 대부분 비계구조물 해체 면허를 가진 일반 철거업체들이다.
자체 석면분석실을 갖추고 제거 작업도 하는 ‘이티에스컨설팅’ 석미희 대표는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것처럼 천장과 벽에 스프레이 방식으로 뿌려져 작업 중 비산될 위험이 높은 형태의 석면을 안전기준에 맞게 독자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 한 곳도 없다”며 “외국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거나, 아예 외국 업체에 맡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면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도 충분치 않다. 석면 제거는 작업 과정에서의 석면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 손작업으로 진행된다. 노동자의 숙련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석면제거 작업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 하나 없다. 몇몇 석면제거 관련 기관과 업체가 외국 기관에 자신들의 정도관리를 위탁하고, 직원들을 보내 교육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석면 위협에 맞서는 데 눈과 귀 구실을 해야 할 측정분석기관의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상준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에서 석면 측정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곳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실험실과 산업안전공단 실험실 등 3~5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측정분석기관들은 측정능력에 대한 정도관리도 받지 않는 실내공기질 측정 대행업체들이다. 석면과의 싸움을 본격 시작할 경우 쏟아져 나올 시료 분석작업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는 셈이다.
노동부가 만들어 놓은 석면해체 작업 기준도 현장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석 대표는 “석면 제거는 석면의 형태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행 노동부 기준을 보면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현재 석면제거 작업 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노동부 허가를 받아 이뤄진 석면제거 작업은 전국에서 750여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제대로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적용할 규정 자체가 부실한 측면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노동부가 만들어 놓은 석면해체 작업 기준도 현장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석 대표는 “석면 제거는 석면의 형태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행 노동부 기준을 보면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현재 석면제거 작업 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노동부 허가를 받아 이뤄진 석면제거 작업은 전국에서 750여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제대로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적용할 규정 자체가 부실한 측면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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