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 산 줄기·잎 조사결과
최하 4~5등급도 9%에 달해
최하 4~5등급도 9%에 달해
우리나라 숲의 절반 가량이 ‘가벼운 쇠퇴기’를 넘어선 단계를 보이는 등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지 않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는 한국산지보전협회가 지난 2년 동안 일반 산지, 도시 지역, 해안·섬 지역 등 지역별 대표성을 갖는 전국 46개 주요 산에 조사구역 356곳을 설정해 ‘산림건강 모니터링’을 벌인 결과다. 산림건강 모니터링은 숲의 식생·토양 등 다양한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산림의 건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줄기와 잎 등 수관부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수관 활력도’를 기준으로 국내 숲의 건강도를 평가했더니, 녹음이 우거진 시기에 죽은 잎이나 죽은 가지가 10% 미만으로 관찰되는 1등급(건강) 상태인 조사구역은 절반을 약간 넘은 51%에 그쳤다.
조사 지역의 30%는 수관부에서 죽은 가지와 잎의 비율이 11~25%인 2등급(경쇠퇴) 상태였고, 10%는 수관부의 고사 비율이 26~50%인 3등급(중쇠퇴) 상태로 나타났다. 또 수관부의 고사 비율이 51%를 넘는 4등급(심쇠퇴)이거나 아예 죽어 있는 나무(5등급)도 모두 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림표 참조) 건강도를 산지 유형별로 보면, 도시지역 산림의 1등급 비율이 41%로 일반 산지(60%)나 섬 지역(56%)보다 크게 낮았다.
숲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인 토양 산성화 정도도 청주 상당산, 전주 모악산, 서울 인왕산·도봉산, 인천 청량산, 광주 무등산·금당산, 광양 가야산, 서울 한강 주변 산림 등 조사 지역의 14%가 수소이온농도(pH) 4.5 이하의 강산성 토양으로 평가됐다. 가장 산성화 정도가 심한 서울 인왕산 침엽수림 지역은 4.0까지 내려갔으며, 조사 지역 전체 평균은 4.97이었다. 국내 수목 생육에 적합한 수소이온농도는 5.5로 잡고 있다.
산성화는 토양 속의 양분 저장을 막아 토질을 척박하게 만들고, 식물의 양분 흡수를 도와주는 토양 속 미생물의 서식 조건을 악화시켜 수목의 성장을 어렵게 한다.
조현제 산지보전협회 산림건강 모니터링 연구팀장은 “도시 주변에서 산림쇠퇴 정도가 높게 나온 것 등을 볼 때 대기오염, 산성비 등이 산림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숲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30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리는 ‘산림건강 모니터링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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