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헬기가 지난 22일 부산 기장에서 항공방제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항공방제 20년’ 효과 논란
울산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에서 양봉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50)씨는 해마다 5~6월이면 가슴을 졸인다. 이때쯤 산림청이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의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를 없애기 위해 헬기로 근처 야산에 살충제를 마구 뿌리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후 이상으로 꿀 채집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꿀벌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일 때 해마다 항공방제를 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같은 마을 주민 안아무개(65·여)씨는 항공방제가 있는 날이면 아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7월 밭일을 하다 다른 주민과 함께 공중에서 살포된 농약을 뒤집어 쓰고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항공방제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견해다. 하지만 환경단체·농가들은 검증도 안된 무리한 항공방제는 또다른 피해를 낳는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 “꿀벌에 치명적 피해” “농약비 맞고 쓰러져”
환경단체 “피해지역 100배 늘어나…친환경 방제로”
산림청 “위해성 없는 약제…안하면 피해 더 커진다” 19년째 항공방제=산림청은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소나무가 말라 죽는 재선충병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하자 이듬해부터 솔수염하늘소를 없애기 위해 해마다 5~6월 항공방제를 시작했다. 올해도 재선충병이 발생한 전국 61개 시·군 가운데 낮은 산 등을 빼고 47개 시·군 1만7045㏊를 대상으로 이달초에 항공방제를 했다. 올해 항공방제에는 55억여원을 쓰는데, 앞으로도 2~4차례 항공방제를 더 한다. 재선충병 순수 발생 면적은 7877㏊이지만 항공방제 지역은 이보다 2배 가량 넓다. 실효성 논란=환경단체와 농민들은 오랫동안의 항공방제에도 불구하고 피해 면적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에 먼저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 면적은 88년엔 72㏊였으나 2000년 1677㏊, 2005년에는 7800㏊를 넘었다. 피해 면적이 20년 동안 10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45) 사무차장은 “2000년 산림청이 환경단체의 반발로 항공방제를 중단했다가 이듬해 피해 지역이 줄지 않자 2001년부터 항공방제를 다시 했는데도 피해 면적이 계속 느는 것은 항공방제가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관리청 이상명 박사는 “구석구석 약이 가도록 하는 것이 어려워 100% 박멸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여러 실험을 통해 피해 밀도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다”며 “항공방제를 하지 않으면 피해 지역은 더 넓어진다”고 해명했다.
항공방제 지역
대안은 없나?=환경단체들은 먼저 민·관이 공동으로 항공방제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살충제보다는 솔수염하늘소 천적을 이용하는 등 가급적 친환경방법을 사용할 것을 주문한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벼룩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집을 태우는 것과 같다”며 “전북도가 올 4월 항공방제의 득과 실을 따져 지상방제를 선택한 것처럼 이제는 항공방제에 대한 맹신을 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울산 대전 전주/김광수 송인걸 박임근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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