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궁평리 백사장에서 백미리 쪽으로 바라본 해안사구의 모습. 지난해 해안사구가 온전히 유지됐으나 올해는 해안사구의 상당 부분이 유실돼 절개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제공 화성환경운동연합>
‘백사장’이다. 고운 모래가 펼쳐진 2㎞. 수십년 된 해송이 병풍처럼 어우러져 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빚어낸 걸작품이다. ‘궁평낙조’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노을을 간직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의 ‘해안사구’다. 수도권 경기만에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연해안선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12일 찾은 궁평리 해안은 ‘신음’하고 있었다. 해안사구 곳곳은 절개한 것처럼 파헤쳐져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7월 조사한 궁평리 장승통문 지역의 해안사구의 너비는 7m40㎝였으나 이날 조사에서는 2m20㎝로 줄었다. 불과 1년 사이에 해안사구가 너비 가량 유실된 셈이다. 또 모래가 해류에 쓸려가면서 그동안 갯벌 아래 숨어있던 돌무더기가 솟아나 맨발로 수영을 하면 다칠 가능성이 클 정도로 위험해보였다. 해안사구 유실이 가속화되면 해안사구 바로 옆에 줄지어 서있는 수십년된 해송의 침식도 불가피하다.
이곳에서 해물칼국수를 팔고 있는 주민 김아무개(56)씨는 “작년부터 바닷물살이 거세지면서 백사장 모래언덕이 수미터까지 쓸려나가는데 이러다 백사장도 다 휩쓸려 나가는 것 아니냐”고 근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해안사구의 유실은 궁평항과 붙은 화성호 간척사업과 어민 생계를 위해 화성시가 백미리쪽에 조성중인 부두 등 인공구조물이 해류의 흐름과 세기를 바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홍근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해안사구 유실의 원인을 정밀조사해 유실방지를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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