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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열목어 ‘피서갈 곳 없어요’

등록 2007-08-03 08:40

열목어. 김봉규 기자.
열목어. 김봉규 기자.
‘최대 열목어 서식지’ 내린천
서식지 10년새 절반 줄어
지난달 24일 강원도 홍천군 내면 계방천. 옥빛 계류에 큰 바위와 바닥에 깔린 돌들이 흰 포말을 일으키고 있었다.

낚시를 시작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28㎝ 길이의 열목어가 퍼득이며 잡혀 올라왔다. 검은 반점이 촘촘히 찍힌 황갈색 몸통은 계곡 바닥의 돌들과 완벽한 보호색을 이루고 있다. 큰 입과 뾰족한 이빨이 계곡 생태계 최고의 포식자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했다. 놓아준 열목어는 쏜살같이 시냇물 속 호박돌 틈으로 숨어들었다. 옆에 있던 한 낚시꾼은 “물살에 떠내려오는 하루살이 애벌레 등을 잡아먹기 좋은 큰 돌 틈에 열목어가 한 마리씩 숨어 있다”고 말했다.

빙하시대의 유산인 열목어는 해마다 이맘때면 숲이 우거진 산간 계류로 이동한다. 더위와 피서객을 피해서다. 이완옥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생태연구소 연구관은 “육식성인 열목어는 산란 이후 먹이가 풍부한 얕은 곳으로 넓게 퍼져 단독 생활을 하다 월동기에 깊은 소에 모여든다”고 설명했다.

이 연어과 어류는 한여름에도 수온이 20도를 넘지 않는 찬 물에서만 살 수 있다. 하천에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울창한 숲이 꼭 필요하다. 또 바닥에 돌이 깔려 먹이와 산소가 풍부해야 한다. 변화근 강원대 환경연구소 박사의 연구를 보면, 대형 열목어의 먹이는 개구리, 금강모치·새미 등 작은 물고기, 가재, 맑은 물에 사는 날도래 등 수서곤충으로 나타났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지닌 하천은 이제 드물다.

내린천 열목어 서식지
내린천 열목어 서식지
내린천은 파로호로 흘러드는 수입천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열목어 서식지다. 그러나 이곳의 열목어 서식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절반으로 줄어들었다.(지도 참조) 인제와 양구 일대 경사지에 들어선 고랭지 채소밭에서 씻겨 내려온 토사와 유기물이 하천바닥을 뒤덮고 수질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홍천군 상남면 칠전1교 밑.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내린천의 시퍼런 물이 바위를 휘감으며 돌아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토사로 거의 메워져 마치 낙동강 하구를 보는 것 같았다. 래프팅을 하던 보트가 모래를 밀치며 힘겹게 내려간다. 구불구불한 내린천 계곡에 토사가 쌓이면서 바위와 부딪치는 물소리가 사라진 ‘침묵의 계곡’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내린천 상류인 홍천군 내면을 흐르는 자운천은 상류에 고랭지밭이 많아 산골 계류의 모습을 거의 잃어버렸다. 하천 바닥의 돌을 깨 평탄하게 고르고 강변에 돌축대를 쌓는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열목어가 살았다.

자운천과 만나는 계방천은 오대산국립공원을 흐르는 덕분에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하천 칡소폭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강동규씨는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을 피해 열목어 수십 마리가 폭포밑 바위틈에 숨어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홍천/글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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