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의 종류
2012년 ‘배출권 거래시장’ 2조달러 성정 예측
EU·미 각축…전문가 “한국 발빠른 제도 정비를”
EU·미 각축…전문가 “한국 발빠른 제도 정비를”
‘포스트 교도체제’를 향한 각국의 외교전 뒤에는 거대하게 열리고 있는 ‘탄소시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후변화 관련 세계 외교전에서 현재 최대이슈는 유럽연합과 미국의 대립이다. 유럽연합은 기후변화협약 1차 이행시기에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내세우며 주도권을 쥐었다. 미국은 ‘기술이전과 협력’을 기치로 내걸고 기후변화협약 무대에 복귀를 저울질 중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5%를 차지하는 15개국으로만 이뤄지는 ‘15개국 회의’를 제안했다. 2002년 교도체제를 거부하고 뛰쳐나갔던 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돌아선 데는 정치적 고려도 있지만, 미국내 산업계의 압력 영향도 컸다.
■ 빽빽한 달력=지난 9일 주한 미대사관에선 백악관 제임스 코너턴 환경위 수석자문관과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부 차관이 환경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은 15개국 회의에 대한 설명을 위해 각국을 순회중이다. 15개국 회의에는 미국 주도로 3년 전 한국·일본·인도·중국·오스트레일리아 등 6개국이 만든 아·태기후변화파트너십(APP)의 경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에이피피 실무협의회(PIC)의 할란 왓슨 의장은 “교도체제가 기후변화 대응 위주라면, 에이피피는 에너지안보와 경제성장까지 고려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을이후 달력을 보면 숨가쁘다. 먼저 9월 24~25일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뉴욕에서 전세계 장관급이상 회의가 열린다. 바로 이어 9월26~27일 미국은 워싱턴에서 15개국 회의를 제안해놓은 상태다. 10월쯤엔 인도 뉴델리에서 에피피 장관급회의가 열린다. 11월엔 제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발리에서 예정돼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임재규 박사는 “한국도 빨리 내부적으로 각 부문별로 감축잠재량과 감내할 수 있는 비용들을 검토해 ‘의미있는 숫자’를 만들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비주류로 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 2조달러의 거대시장=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박찬우 책임연구원은 “2012년까지 세계 배출권거래 시장이 2조달러로 추산되고 갈수록 이 시장에 뛰어드는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다”며 “각국과 기업들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바로 상황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도체제는 각국의 의무감축을 돕기 위한 공동이행제도(JI), 청정개발체제(CDM), 배출권거래제도 등을 도입하며 탄소를 거래하는 시장메커니즘을 가동시켰다. 유럽연합은 최악의 경우 유럽연합만으로도 탄소시장이 굴러갈 수 있음을 참여자들에게 강조하며 투자를 독려 중이다. 암스테르담 유럽기후거래소를 비롯해 유럽에만 7곳의 거래소가 있다. 미국에서는 주정부들과 기업들 중심으로 온실가스 대응체제를 구축하며 ‘시카고기후거래소’(CCX)를 비롯한 자발적인 감축시장을 형성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곧 등극하는 중국은 전세계 청정개발체제(CDM) 프로젝트 수행의 53%를 장악하며 ‘기후변화협약 최대수혜국’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확산을 위한 탄소시장의 개장 필요성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노종환 기후변화대책실장은 “‘의무량 부과와 거래’가 아니라 ‘정책과 방법론’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을 논의할 때 그 핵심은 시장메커니즘, 즉 탄소시장의 도입”이라며 “현재 한국이 자체적으로 에너지관리공단 온실가스 등록소에 등록했던 사업들을 시카고거래소에 거래되도록 하는 논의가 진행중”이라 전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환경경영
이제 막 발을 뗀 단계이긴 하지만 기업경영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럼에 참석한 전세계 최고경영자(CEO)들의 38%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가 앞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지이와 듀폰, 듀크에너지 등 미국을 대표하는 10개 기업들이 올해 초 자발적으로 환경보호 의무를 준수하겠다며 ‘미국기후행동파트너십’(USCAP)을 결성했는데, 씨티그룹, 포드 등 다른 대기업들이 속속 동참선언을 하고 있다. 월마트가 전세계 6만곳 이상의 납품업체들에게 제품생산과정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환경을 악화시키는 사업엔 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회사 공식정책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엘지전자 포스코 기아차 등 33개 대기업들이 지난 2002년 결성한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회장 허동수 지에스칼텍스 회장)가 국내외 민간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탄소시장 참여활성화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2천억원 규모의 1호 탄소펀드가 곧 등장하는 등 ‘기후변화’를 화두로 한 투자활동이 본격화 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반영하고 있는 곳은 에너지 공급부문 기업들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에너지부문의 배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기준으로 83%에 이른다. 따라서 에너지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만 온실가스 감축의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입을 모은다.
발전부문 등 전력관계 회사들은 기후변화 대책반을 가동하며 각 회사별로 ‘환경경영’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005년 정부 주도로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및 한국수력원자력,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9개 회사가 참여한 ‘신재생에너지 자발적 개발 공급협약(RPA)’를 맺은 게 직접적인 계기였다. 이 협약에서 참여사들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1조1천억원을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에 투자키로 약속했다.
한전 발전자회사에선 서부발전과 중부발전의 활동이 눈에 띈다. 서부발전은 청정·투명·쾌적이라는 ‘3C 친환경 정책’ 실천목표를 정해, 태안·평택·서인천 발전소의 배출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에 대해선 법적 허용기준보다 강화된 자체목표를 설정해 관리중이다. 조영대 서부발전 환경팀장은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검증하는 심사원을 두고, 기후변화협약 전문가를 별도양성하는 등 인적자원확보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Eco-2015’라는 중장기 환경경영전략을 수립해 기후변화협약 대응역량 강화, 환경친화경영 확대 등을 경영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배출 통계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다른 온실가스들도 종합적으로 측정·관리하고 있다. 한전은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참여로, 연간 107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전과 발전회사들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도입을 추진 중인 배출권거래제는 국내에서 앞으로 전개될 배출권시장의 효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자발적 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지만, 조만간 협약의 내용을 지키지 못하면 배출권을 사서 메꾸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해마다 환경심사, 환경경영위원회를 열면서 환경경영시스템을 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역난방은 그 자체로 기존난방에 비해 에너지 소비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지역난방공사가 강남지사의 중유보일러를 모두 액화천연가스(LNG)보일러로 교체한 사업은 국내에서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아닌 사업 가운데엔 최초로 유엔이 정한 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환경경영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에 대한 국제표준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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