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강수량 늘어 예보에 혼선 “통틀어 우기로 하자”…“신중해야”
‘오뉴월 장마’란 말이 있다. 양력으로 치면 ‘6, 7월 우기’를 뜻한다. 이런 뜻의 ‘장마’라는 말을 계속 쓸지 기상학계가 고민에 빠졌다. 장마 때보다 8월에 더 많은 비가 오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1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장마와 우기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할지를 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기상예보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변화를 반영해 장마란 말 외에 8, 9월도 포함하는 ‘우기’란 말을 정식으로 써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오래 써온 말을 최근 기후만 보고 쉽게 바꿀 수 있느냐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하경자 부산대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8월 강수량이 7월 강수량보다 많으며 8월 강수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이라며 “장마예보의 문제를 피하려 장마와 장마 뒤 강수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상청은 ‘6, 7월 장마전선’ 때문에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장마예보를 해왔으나, ‘장마전선 소멸’ 예보 뒤인 8, 9월에도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으로 비가 연일 내리는 일이 잦아 오보 논란과 혼란을 빚어왔다. 8월 장마, 가을 장마란 말도 등장했다.
이태영 연세대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8월 강수가 계속 증가한 것은 뚜렷한 현상”이라면서도 “하지만 8월 강수를 장마의 연속으로 보기는 어려워 8월 호우의 성격을 좀더 충분히 살핀 뒤에 8월을 ‘우기’로 정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원태 기상청 기후예보과장은 “장마예보가 농업과 댐관리에도 큰 영향을 끼치므로 용어 혼선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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