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페놀유출 사건과 관련해 3일 오후 경남 합천 적포교에서 칠서정수원장 직원들이 매시간 수질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합천/연합뉴스
낙동강 ‘페놀 오염’ 확산…영남지역 수돗물 비상
대구 비상용수 하루치뿐…“환경재난 대처 시스템 재정비를” 지적
대구 비상용수 하루치뿐…“환경재난 대처 시스템 재정비를” 지적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 이어 3일에는 대구시가 취수를 중단했고, 이런 피해는 경남도와 부산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재난방지 시스템 미비와 관련 공무원들의 대처 미숙이 이런 피해를 낳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매곡정수장과 두류정수장에서 낙동강 상류 쪽으로 4㎞ 떨어진 문산정수장의 원수에서 페놀 오염 수치가 0.005ppm으로 나타나자 취수 중단을 결정했다. 이날 낮 12시에는 낙동강 성주대교에서도 페놀이 0.005ppm 검출됐다. 매곡·두류정수장은 대구 시민의 70%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곳이다.
정하영 대구상수도본부장은 “매곡정수장 등에서 취수를 중단하더라도 정수장 자체에서 보관중인 비축수를 활용하면 5시간동안 가정집에 급수 중단없이 수돗물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하루 평균 20만t을 생산하는 고산, 가창, 공산 등 낙동강 수계가 아닌 정수장의 생산량을 하루 39만t으로 최대한 늘리고, 대구 시내 배수지 43곳의 저수량 38만t, 아파트마다 설치돼 있는 저수조(12만t), 민방위 급수시설(30곳 11만t) 등을 활용하면 24시간 동안은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놀은 휘발성이 없어 강물이 흘러가도 오염 수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페놀 오염은 경북, 대구에 이어 경남 합천·함안·김해·양산 등 낙동강 하류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문산정수장 인근의 다산취수장에 페놀이 유입되는 즉시 취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산취수장은 하루 2700여t의 수도물을 생산해 고령군 다산면 등 주민 7800여명에게 수도물을 공급한다.
경남도는 함안군 칠서정수장, 김해시 창암정수장, 양산시 물금정수장 등 낙동강 본류 3개 취수원에서 페놀 성분이 검출되면 즉시 취수를 중단하기로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북 구미에서 100㎞ 정도 떨어진 합천군 적포교에 페놀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4일 오전부터 5일까지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위험 상황이 끝날 때까지 비상급수 대책 운영, 상수원수 수질검사 강화 등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수질연구팀도 매시간마다 낙동강 중·상류 쪽의 페놀 검출 상황을 주시하고, 식수원 오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의 페놀 오염 사고는 공무원들이 제때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화재 직후 너비 10m 가량인 대광천에 둑을 쌓았다면 페놀 오염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환경재난 시스템 전면 재정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 창원/구대선 박영률 최상원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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