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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딱새가족 돌보는 트럭기사 이승기씨

등록 2005-04-22 18:39수정 2005-04-22 18:39

22일 딱새 수컷이 이승기씨의 트럭 앞 범퍼의 깨진 틈을 통해 조수석 발판 위의 둥지로 날아들고 있다. 단양/김진수 기자
22일 딱새 수컷이 이승기씨의 트럭 앞 범퍼의 깨진 틈을 통해 조수석 발판 위의 둥지로 날아들고 있다. 단양/김진수 기자

전세갈등 없는 ‘트럭둥지’

“미물인 새가 제 차에 와서 둥지를 틀었는데 … 차마 집을 부수고 내치지는 못하지요. 알을 다 품어 새끼들을 데리고 떠날 때까지 기다려 볼 겁니다.”

화물차에 철근 절곡기를 싣고 다니며 건축판에서 철근 구부리는 일을 하는 이승기(41)씨가 자신의 1톤 화물차 조수석 발판에 딱새가 둥지를 만드는 것을 본 것은 지난 13일 오후였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의 한 폐교 안에 차를 세워 놓았더니 딱새가 둥지를 튼 것이다. 딱새는 범퍼의 깨진 틈으로 드나들며 문짝과 발판 사이에 풀과 이끼를 물어와 집을 짓고 있었다. 둥지는 차문을 열기 전에는 절대 사람눈에 띄지 않고, 거센 바람이나 비에도 안전한 절묘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은혜를 모르고 오히려 배신하는 동물은 사람밖엔 없을 겁니다.” 5년 전 건축업을 하는 동료의 건축 자재 구입 때 보증을 섰다가 함께 부도를 맞은 경험이 있는 이씨는, 차마 딱새의 둥지를 치우고 일을 하러 나갈 수가 없었다. 지난 16일엔 사흘 일을 하면 100여만원 정도 벌 일거리가 들어왔지만 차를 쓸 수 없어 취소하기도 했다.


▲ 22일 딱새 암컷이 트럭 안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다. 단양/김진수 기자

지난 18일, 매일 하나씩 알을 낳던 딱새가 더 알을 낳지 않고 둥지에도 자주 들어오지 않자, 이씨는 새가 이곳이 보금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나 싶어 서운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홀가분했다. 하지만 딱새는 다음날 다시 돌아왔고, 이씨는 다른 차를 빌려 일을 하더라도 더 기다리기로 했다.

한달 벌이가 200여만원 정도인 이씨는 딱새 때문에 생업마저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새가 부화해 날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1999년 동강을 살리기 위해 환경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이씨는, 지금은 충남 논산 지역 어린이들의 자연체험을 주선하는 단체인 ‘늘푸른 나무’에서 탐사대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블로그 ‘자연을 사랑하는 곰이야기’(blog.empas.com/san0421)에 딱새의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단양/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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