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인 팀 엔트위슬(48·사진)
시드니식물원 엔트위슬 대표 “기후변화 교육장 돼야”
“식물원도 기후변화 시대를 대비해야 합니다” 시드니 왕립식물원 대표이자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중적인 과학자인 팀 엔트위슬(48·사진)이 ‘제2차 동아시아식물원 네트워크 워크숍’ 강연차 방한했다. 그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연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식물원은 신기한 꽃을 전시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꾸는 데만 주력했어요. 이와 더불어 환경보존의 필요성과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교육장으로 기능이 확대돼야 합니다.”
시드니 왕립식물원은 지난해 빗물저수조를 설치했다. “식물원이 수돗물을 쓰는 것은 자원 낭비이고, 급수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때문에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는 물이 많이 드는 외래종을 물이 적게 드는 토종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식생과 어울리지 않는 장미 화단도 개조하고 농약도 천적 생물로 바꿨다. 이런 노력으로 “수돗물 사용량 50%를 줄였다”고 밝혔다. 엔트위슬은 “빗물과 함께 하수를 재활용해 식물원 200돌이 되는 2016년에는 ‘수돗물 사용 제로’를 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엔트위슬은 식물원의 역할 변화를 주문하면서 ‘공룡 소나무’로 알려진 올레마이 파인 얘기를 꺼냈다. 올레마이는 1994년 시드니 서쪽 200㎞의 블루마운틴에서 발견된 중생대 식물이다. 공룡 화석에 자주 나타난 이 식물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늦게 소규모 군락이 확인되자 ‘20세기 식물학의 대발견’으로 일컬어졌다. 하지만 시드니 왕립식물원은 올레마이 군락지를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 엔트위슬은 “대신 묘목을 잘라 식물원으로 가져온 뒤 성공적으로 번식시켰다”며 “올해 초 한국의 한택식물원에도 분양했다”고 말했다.
시드니 왕립식물원은 1816년 설립된 남반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식물원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옆 하버브리지가 내다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아 해마다 400만명이 찾는다. 조류를 연구하는 식물학자로 출발한 엔트위슬은 2004년부터 시드니 왕립식물원 대표를 맡아 식물원 경영에 뛰어들었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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