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용 박사 “퍼주기 논란 피하고 윈윈 가능”
판문점을 거쳐 방북한 경험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가장 먼저 목격한 안타까운 장면이었다고 전하는 것이 헐벗은 북한 야산들의 모습이다.
마을 가까운 대부분의 산에 있는 나무들은 연료가 돼 사라지고, 나무를 베어낸 자리는 식량을 구하기 위한 경작지로 바뀐 까닭이다. 산림이 황폐해지면서 적은 비에도 홍수가 나고, 이는 다시 식량난을 가중시켜 더 많은 산의 훼손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북한의 산림면적은 1970년 977만ha에서 98년 753만ha로 28년 만에 20% 이상 줄었고, 산림 황폐지도 서울시 면적의 27배인 163만ha에 이른다는 게 관계기관의 분석이다.
이런 북한의 산림 복구를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연결짓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남한이 북한에서 벌이는 조림사업을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등록해 추진하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 정태용 박사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나무심기 이제 시간이 없다’ 토론회에서 “북한의 산림복구는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을 적극 활용해 남북이 ‘윈윈’ 하는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의 전체 황폐지 163만ha 가운데 60만ha를 민간기업 주도의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정 박사는 우선 1단계로 2012년까지 개성과 금강산 지역의 5만ha에 5년간 1800억원을 들여 낙엽송과 잣나무, 졸참나무 등을 심을 경우, 20년간 연평균 50만t씩 20년간 모두 993만t의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이런 방안은 대북 지원이 걸림돌이 돼온 ‘퍼주기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올 연말 완성을 목표로 지원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한 북한 당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문제다.
조민성 겨레의숲 협동사무처장은 “비슷한 조건이라면 북한이 우리 이외의 제3국과 사업을 추진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의 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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