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을 잇는 이화령을 지나는 도로들. 왼쪽의 곡선 도로가 현재는 군도로 바뀐 옛 국도 3호선, 가운데 보이는 터널로 들어가는 직선도로가 새로 난 국도 3호선, 오른쪽의 곡선 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다.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의 통행료 폐지로 군도를 이용하는 차량이 거의 없어 복원 타당성이 높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 “터널 개통해 쓰임새 적은 도로 복원해야”
미시령·두문동재·이화령 등 제안…환경부 ‘난색’
미시령·두문동재·이화령 등 제안…환경부 ‘난색’
인간이 설치하는 구조물 가운데 생태계에 가장 위협이 되는 시설로 자동차 전용 도로를 첫손에 꼽는 환경운동가들이 적지 않다. 산과 들을 가로질러 난 도로는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를 분할해 이들의 건강한 생육을 가로막을 뿐아니라, 생태적으로 민감한 곳까지 외래종이 침입하기 쉽게 만드는 통로가 된다. 도로 위로 질주하는 차바퀴에 깔려 죽어가는 갖가지 동물들을 생각하면 야생동물들의 무덤이라고도 할 만하다.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인 백두대간도 이런 도로의 그물망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23일 발표한 ‘도로 생태복원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총 연장 684㎞에 이르는 백두대간 산줄기에는 82개의 각종 도로가 개설돼 있다. 이들은 19개의 국립공원과 1개의 도립공원을 관통하면서, 백두대간을 평균 8.3㎞ 길이로 토막내 놓았다.
도로의 가치는 주변 상황에 따라 항상 변한다. 정선에서 태백을 오가는 차량들이 힘겹게 넘어다녔던 국도 38호선 두문동재 구간은 2004년 고개 아래로 터널이 개통된 뒤 지역주민조차 거의 이용하지 않는 버려진 도로가 됐다. 이처럼 백두대간을 지나가는 기존 구간에 별도의 터널이 관통된 곳은 모두 10여곳에 이른다. 이들 구간 대부분은 터널이 개통되면서 도로로서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현장 보고다.
녹색연합은 연구 보고서의 결론에서 토막난 백두대간의 생태축을 잇는 첫 단추로 이들 도로 구간을 생태적으로 복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2005년부터 백두대간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정부는 이미 훼손된 백두대간 생태축을 회복시킬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태축을 회복시키기 위한 시도로 쓰임새가 줄어든 일부 도로 구간의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자연에 되돌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태복원을 우선해야 할 백두대간 도로 구간으로는 미시령(인제군 북면~고성군 토성면) 구간 9.8㎞, 두문동재(정선군 고한읍~태백시 화전동) 구간 6.1㎞, 조침령(인제군 기린면~양양군 서면) 구간 3㎞, 이화령(문경시 문경읍~괴산군 연풍면) 구간 8.9㎞, 건의령(삼척시 도계읍~태백시 상사미동) 구간 1㎞, 신풍령(거창군 고제면~무주군 무풍면) 구간 5.5㎞, 사치재(남원시 아영면~장수군 번암면) 구간 9㎞ 등 7곳 43.3㎞를 제안했다.
미시령과 조침령은 설악산국립공원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의령은 오대산과 태백산을 연결하는 생태축이면서 한강과 낙동강 수계의 정점에 해당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선정됐다. 두문동재는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림 지역을 지나가 특히 복원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됐고, 예산낭비 중복 도로 건설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온 이화령의 옛 국도 구간은 속리산국립공원과 문경새재도립공원, 월악산국립공원을 잇는 생태축 복원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백두대간을 보호할 책임을 진 환경부는 이런 제안에 대해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상팔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실태를 파악하고 검토해 볼 필요는 있겠으나 국토해양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로 나뉘어져 있는 도로관리 주체들의 협조, 예산 확보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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