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평화공원 조성 추진
55년째 사람의 접근은 불허되고 금강초롱과 궁노루·저어새 등에만 허용된 땅인 비무장지대(DMZ) 생태계의 비밀이 마침내 벗겨지게 됐다. 휴전 이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 생태계에 대한 본격 조사가 다음 달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28일 환경부와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 지난 5월 생태조사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 허용을 요청했으며 지난 주 유엔사 쪽으로부터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무장지대는 전쟁의 포화에 철저하게 파괴된 뒤 반 세기 동안이나 인간의 간섭에서 격리된 채 자연에 맡겨져, 생태계 변화에 대한 연구자들의 학문적 관심과 일반인의 호기심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금까지 이뤄진 조사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남방한계선 철책 밖에서 망원경 등으로 관찰한 것이 고작이어서 비무장지대 생태계의 실상을 드러내지 못했다.
환경부는 우선 10월 중 경기도 파주와 연천 비무장지대에서 5~6일간 조사를 진행한 뒤 점차 조사 지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 조사에는 각 분야 전문가 20명 안팎이 참여하며 조사단장으로는 김귀곤 서울대 교수(조경학)가 내정된 상태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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