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전역 오염도 평균치 기준으로 발령
동별 편차 큰데도 환경부시스템은 ‘안정’
‘빨간불’ 지역 노인·어린이는 눈뜨고 피해
동별 편차 큰데도 환경부시스템은 ‘안정’
‘빨간불’ 지역 노인·어린이는 눈뜨고 피해
지난달 19일 밤 10시 대기중 미세먼지 농도를 색깔로 표시하는 환경부 온라인 대기오염도 실시간 공개 시스템(www.airkorea.or.kr)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페이지 표시란에 빨간색이 나타났다.
빨간색은 24시간 미세먼지 농도 평균값이 1㎥당 2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을 초과할 때 표시된다. 파란색(좋음)에서 갈색(위험)까지 여섯 단계의 건강영향 가운데 5단계(매우 나쁨)임을 가리킨다. 어린이·노약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실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주의보를 발령해야 하는 수준이다.
평소 50㎍/㎥ 안팎을 유지하던 수도권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달 15일 오후부터 급속히 높아지기 시작해 이날 밤까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환경기준치인 24시간 평균 100㎍/㎥를 넘었다. 정체성 고기압이 대기오염물질의 확산을 가로막은 탓이었다. 이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21일까지 6일간이나 지속됐다.
남가좌동 이외에도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기 부천시 원종동, 경기 시흥시 대야동에서도 적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13시간 연속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주의보 발령 기준인 24시간 평균 200㎍/㎥를 넘어섰다. 대기오염도 공개시스템 남가좌동 페이지에 나타난 빨간색은 다음날 오전 11시가 돼서야 한 단계 낮은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이미지 참조)
환경부는 이 기간 중 17일과 20일 두 차례 어린이와 노약자의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언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공식적인 경보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 환경부가 만든 미세먼지 경보 제도는 광역지자체 전역의 미세먼지 농도 평균값을 발령 기준으로, 광역지자체 전역을 발령 범위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가좌동 지역을 200㎍/㎥가 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뒤덮고 있던 13시간 동안 강동구 천호동 등 서울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80㎍/㎥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 평균값은 135㎍/㎥로 계산됐다. 서울시 전역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00㎍/㎥ 이상 2시간 지속돼야 하는 주의보 발령 기준에 미달한 것이다. 남가좌동 지역의 많은 어린이들은 당시 아무런 위험도 모른 채 평소대로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마시며 뛰어놀았다.
임지애 환경운동연합 생명안전본부 국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광역지자체 전역의 오염도 평균치를 발령 기준으로 하는 것은 문제”라며 “미세먼지 오염도 발령 범위를 기초지자체 단위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한 환경부 대기정책과장은 “미세먼지 경보 발령 범위를 광역지자체 단위로 한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논의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더 시급한 문제는 측정 결과로 경보만 내는 현행 제도에 사전 예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국장은 “틀린 예보로 원망을 들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동네예보까지 시작한 기상청에 비하면 기초지자체의 측정 결과를 손에 들고서도 이를 적극 활용할 방안을 찾지 않는 환경부의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보건 전문가인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도 “환경위험에 대한 경고는 가능한 한 범위를 좁혀서 해주는 것이 환경약자 보호와 사전 위험 예방의 원칙에도 더 맞는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임 국장은 “틀린 예보로 원망을 들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동네예보까지 시작한 기상청에 비하면 기초지자체의 측정 결과를 손에 들고서도 이를 적극 활용할 방안을 찾지 않는 환경부의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보건 전문가인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도 “환경위험에 대한 경고는 가능한 한 범위를 좁혀서 해주는 것이 환경약자 보호와 사전 위험 예방의 원칙에도 더 맞는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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