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총회 결산
4일 막을 내린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 회의의 최대 성과로 정부는 ‘창원 선언문’의 채택을 꼽는다. 창원 선언문은 정부가 창원 당사국회의 개최의 의미를 부각시키려고 람사르 사무국과 함께 초안을 작성하는 등 주도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기후변화 대응, 수자원 이용, 토지 활용 등과 관련된 정책 결정을 할 때 습지의 기능과 가치를 신중히 고려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번 회의에선 또 2009~2014년 람사르협약 실천 방향을 담은 제3차 전략 계획이 결정됐으며, 한국와 일본이 공동으로 제안한 ‘습지 시스템으로서의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 결의문’ 등 32개의 결의문이 생산됐다. 주요 결의문으로는 △당사국에 이탄습지와 같이 온실가스 저장 능력이 뛰어난 습지를 잘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기후변화와 습지 결의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바이오연료 생산이 습지에 끼치는 영향에 우려를 표명하는 ‘습지와 바이오연료 결의문’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런 결의문들은 실질적 강제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람사르협약에는 기후변화협약이나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협약 등과 달리 당사국들을 규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성과로 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꼽힌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습지인 순천만과 우포늪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습지생태 관광’이 새로운 관광의 형태로 떠오른 데서 그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실제 습지 보전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습지를 훼손한 주범은 국민의 관심 부족이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대규모 매립사업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와 경남도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던 지난 7월,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습지인 경남의 갈사만, 낙동강 하구의 눌차만 등 23개 지구 12.1㎢의 갯벌과 연안 습지를 조선소와 항만시설 건설 목적으로 매립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환경운동가들이 “이번 회의 개최는 습지 매립 정책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일종의 ‘녹색 세탁’”이라고 의심하며, 회의장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은 이 때문이다. 협약의 성격과 역사, 가입국 수, 영향력 등에서도 환경 분야의 대표적 행사라고는 하기 어려운데도, 정부와 경남도가 ‘환경 올림픽’이라고 크게 홍보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눈길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
주용기 람사르 한국 엔지오네트워크 집행위원은 “람사르총회를 연 정부는 이제 습지 매립 정책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습지 보전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습지 훼손을 초래하는 개발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데도 매립 사업으로 훼손한 주요 습지의 복원에 나서는 것이 정부 태도 변화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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