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폐콘크리트 재활용 골재를 매립한 경기 시화호 주변 첨단산업단지 조성공사 현장에서, 지난달 강알칼리 성질을 띤 것으로 보이는 물이 시화호 쪽으로 흘러들고 있다. 최병성 목사 제공
삼성건설, 테크노밸리사업 개펄 매립 공사
폐콘트리트 대량 사용 ‘독성 침출수’ 흘러들어
관련규정 미비…환경단체 “조류 떼죽음 주범”
폐콘트리트 대량 사용 ‘독성 침출수’ 흘러들어
관련규정 미비…환경단체 “조류 떼죽음 주범”
경기 시화호 주변 매립지에 첨단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멀티테크노밸리(MTV) 사업의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이, 간척지 지반 안정화 공사에 폐콘크리트 재활용 골재를 대량으로 써 시화호 주변 생태계 피해가 우려된다. 이는 정부가 자원 절약을 내세워 공공사업에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순환골재’를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의무화하고도, 생태계에 끼칠 악영향은 고려하지 않아 순환골재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콘크리트를 모래 크기로 부순 순환골재는 덩어리인 순환골재에 견줘 물과 반응하면 쉽게 수질을 강알칼리 상태로 변화시켜 물 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와 건설교통부는 2005년부터 공공사업에 필요한 골재의 10% 이상을 순환골재로 쓸 것을 의무화하고는, 생태계 영향 등을 고려한 용도별 사용 제한 등은 하지 않았다. 최종원 환경부 산업폐기물과장은 “순환골재가 물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건설은 시공을 맡은 제4공구에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순환골재 9만㎥를 들여와 개펄 18만㎡에 매립지 지반 안정화 용도로 50㎝ 높이로 매립했다. 이런 매립지 곳곳에 생긴 웅덩이의 물은 순환골재와 반응해 생물이 살기 어려울 만큼 강알칼리 상태로 바뀐 채로 일부는 시화호까지 흘러들었다. 이 물에 지난 10일 취재 과정에서 숭어 새끼를 넣어 보니, 4분 만에 배를 드러내고 수면에 떠올랐다. 장찬현 삼성건설 시화엠티브이 4공구 공무팀장은 16일 “순환골재가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순환골재 의무사용 규정에 따랐으나, 최근 순환골재 반입을 중단하고 바닷모래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사이, 순환골재는 개펄 매립지처럼 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지역에도 무분별하게 쓰여 생태계에 이미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환경운동가들은 주장한다. 지난달 초 삼성건설 공사현장 주변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900여마리의 집단 폐사가 대표적 보기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조류의 면역력 저하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된다”고만 발표하고, 면역력 저하를 일으킨 근본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시화호 지킴이’로 알려진 최종인씨는 “집오리 5마리를 순환골재로 오염된 물 웅덩이와 같은 조건에 넣었더니 나흘 만에 모두 죽었다”며 “철새들의 폐사는 강알칼리로 바뀐 수질에 노출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해 시멘트 추방운동을 펼쳐 온 최병성 목사는 “콘크리트를 만들 때는 포름알데히드·페놀 등 유해물질이 든 혼화제를 섞는데, 순환골재가 물과 접촉하면 이런 유해물질들도 더욱 잘 녹아나온다”며 “순환골재의 무분별한 사용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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