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환경연구소의 한 연구자가 지난달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승강장에서 석면마감재에 함유돼 사용된 석면이 환경 중에 노출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먼지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제공
시민환경연 조사, 봉천·서초·한성대입구역 등 검출
1일 시민 16만명 이용…“안전조처 없어 승객 위험”
1일 시민 16만명 이용…“안전조처 없어 승객 위험”
서울시내 일부 지하철역 승강장 등의 마감재에 사용된 석면에서 석면 먼지가 발생해 지하철 이용객 다수가 노출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환경연구소(소장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3일 “지난달 방배역, 봉천역 등 서울 지하철 2호선의 15개 역과 삼각지역, 한성대입구역 등 4호선의 6개역 승강장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와 광고판 등의 23개 시설물 위에 내려앉아 있는 먼지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일부 역에서 채취한 먼지에 석면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석면분석전문연구소에 맡겨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호선 방배역 승강장에 설치돼 있는 광고판 위에 내려앉아 있는 먼지에는 각섬석 계열의 석면인 트레몰라이트가 0.3~0.5% 함유돼 있었으며, 봉천역 승강장의 광고판과 바닥에서 채취한 먼지에서는 액티놀라이트가 0.3~0.5% 함유돼 있었다. 또 서초역 승강장의 자판기와 광고판 위에서 채취한 먼지에서는 액티놀라이트가 0.1% 검출됐으며, 4호선 한성대입구역 승강장의 자판기 위 먼지에서는 트레몰라이트가 0.3~0.5% 검출됐다. 석면 먼지는 극미량만 호흡기를 통해 몸 속에 들어가도 악성중피종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의학적으로 안전한 노출치(역치)조차 없는 1급 발암물질이다.
서울 지하철 일부 역의 승강장과 환승통로, 노반 천정 등에 뿜칠 형태로 사용된 마감재에 석면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은 2006년 서울지하철 노사와 환경단체 등의 조사를 통해서 이미 확인됐다.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메트로는 그러나 최근까지“석면 마감재에서 석면 먼지가 발생해 공기 중에 날리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하철 이용객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시민환경연구소의 이번 조사 결과는 서울메트로 쪽의 설명과 달리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석면 먼지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승강장 시설물 위의 석면 먼지는 석면 자재의 노화와 석면 마감재를 훼손하는 각종 공사 과정에서 발생해, 시설물 위에 내려앉기 전까지 승강장 안 공기 중에 떠다녔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수많은 지하철 노동자와 이용객이 석면의 위협에 노출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최근 전 역사에 걸쳐 진행된 스크린도어, 엘리베이터 등의 대형공사와 각종 통신공사, 광고용 텔레비전 모니터 설치 공사 중에 석면 비산 우려가 크고, 일부 역의 경우 석면 뿜칠이 승강장 바닥에 떨어지는 상황인데도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석면이 검출된 4개 역사의 경우 2008년 한 해 동안 4400여만명, 하루 평균 15만9000여명의 시민이 왕래했다”며 “지하철 이용 승객들의 건강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문종 서울메트로 환경관리실 전문위원은 “지하철 승강장 시설 위에서 채취된 퇴적 분진 속의 석면은 다른 물질 입자에 함유돼 있는 형태여서,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석면과는 비산성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강한 바람에 의해 날릴 수도 있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메트로가 제시하고 있는 석면 관련 특별관리역사 17개를 대상으로 한 공기중 석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들 역사 공기에서 석면이 검출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하지만 서울 메트로의 이 조사는 각 역 승강장별로 2개 지점에서 한 달에 한 번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석면 먼지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 쪽의 주장이다. 석면문제 전문가인 백남원 전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떤 곳에서 석면 분진이 발생한 때를 잡아 측정하지 않고는 공기 중에서 석면을 검출하는 예는 많지 않다”며 “승강장 시설물 위의 먼지 속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서울지하철 석면 분석 결과
이에 대해 윤문종 서울메트로 환경관리실 전문위원은 “지하철 승강장 시설 위에서 채취된 퇴적 분진 속의 석면은 다른 물질 입자에 함유돼 있는 형태여서,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석면과는 비산성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강한 바람에 의해 날릴 수도 있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메트로가 제시하고 있는 석면 관련 특별관리역사 17개를 대상으로 한 공기중 석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들 역사 공기에서 석면이 검출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하지만 서울 메트로의 이 조사는 각 역 승강장별로 2개 지점에서 한 달에 한 번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석면 먼지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 쪽의 주장이다. 석면문제 전문가인 백남원 전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떤 곳에서 석면 분진이 발생한 때를 잡아 측정하지 않고는 공기 중에서 석면을 검출하는 예는 많지 않다”며 “승강장 시설물 위의 먼지 속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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