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도 평가서 9.8%가 ‘부적합’
국제기준 적용땐 더 많아질 듯
국제기준 적용땐 더 많아질 듯
대기·물·실내공기 속의 환경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업체 10곳 가운데 1곳이 정확한 측정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측정 자료를 생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확한 환경오염 측정은 환경문제의 실상을 왜곡해, 사회가 문제에 올바른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성천 의원(한나라당)이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입수한 ‘숙련도 시험 결과 보고’ 자료를 보면, 지난해 환경과학원이 각급 측정기관에 대한 ‘정도 관리’를 위해 치른 숙련도 시험 정규평가에서 대기·수질·실내공기질 등 3개 분야 측정업체 326곳 가운데 9.8%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포름알데히드 표준시료로 측정의 정확도를 평가한 실내공기질 분야에서는 47개 업체 가운데 7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중금속과 페놀을 비롯한 유해물질 11종을 대상으로 한 수질 분야 평가에서는 154곳 가운데 10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시료 채취 능력을 시험한 대기 분야에서는 125곳 가운데 15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판정은 허용 오차범위 이내로 정밀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항목이 많은 것을 뜻한다.
더욱이 환경과학원의 숙련도 시험 평가 기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의심’에 해당하는 점수대를 ‘보통’으로 설정하고, 항목별 점수를 모두 더해 총점만 100점 만점에 70점을 넘으면 ‘적합’으로 판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측정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운 측정업체들의 비율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숙련도 시험의 더 근본적 한계는 시험 항목이 부족하고, 측정이 까다로운 물질들이 대부분 빠져 있다는 데 있다. 먹는 물을 보면 법정검사 항목만 57개이고, 일부 광역시에서는 100여종이 넘는 항목을 검사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숙련도 정규평가 항목은 수은·납 등 중금속과 벤젠 등 8가지뿐이었다. 최근 논란이 된 1.4 다이옥산을 비롯해 ppb(10억분의1) 단위로 기준값이 설정된 미량물질들의 측정도 그 정확성에 대한 외부 점검이 전혀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예산 제약 때문에 항목을 갑자기 늘리기는 곤란하지만, 평가 기준은 점차 강화해 ‘적합’ 판정 기준을 2012년부터는 80점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국내 측정분석기관들의 측정 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환경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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