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쌓고 강바닥 파내기 등 ‘재해 예방사업’ 분류
“면제범위 넓히려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 지적
“면제범위 넓히려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 지적
정부가 지난 3월에 고친 국가재정법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총사업비 22조2000억원이 들어가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건설공사 상당수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뛸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된 공사의 상당수를 ‘재해 예방’ 사업으로 분류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기로 했다. 국가재정법은 총공사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3월25일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시행령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하는 사업과 관련해, 애초 ‘재해 복구 지원’으로 돼 있던 조항을 ‘재해 예방·복구 지원’으로 고쳐 재해 예방 사업을 새로 포함시켰다. 또 ‘지역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게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우 상당수가 재해 예방을 위한 치수사업인만큼, 개정 조항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보 설치, 강둑 보강, 하천 준설 등 대규모 사업 대부분이 재해 예방 사업”이라며 “낙동강 자전거길 조성(549㎞, 653억원), 안동댐-임하댐 연결 사업, 생태하천 조성 사업 등 일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0일 오후 재정부 주재로 회의를 열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 예산이 부실하게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한 제도다. 지난해까지 추진된 378개 사업 가운데 44%인 162개 사업에 대해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결론 낼 만큼, 이 제도는 예산 낭비를 효율적으로 막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올해 초 국회 동의가 필요없도록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친 것은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해가려는 것으로, 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최영태 소장)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형 신규 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부처의 이해를 떠나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부처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예비적으로 분석하는 제도”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국가재정법은 국회가 의결한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며 시행령 개정이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해가려는 것이라는 지적을 반박했다. 그러나 국가재정법은 국회 의결이 상임위 의결을 뜻하는지 본회의 의결을 뜻하는지 명시하지 않고 있어, 정부가 개정 시행령을 근거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고 사업을 밀어붙이면 이를 막기가 쉽지 않게 돼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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