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반도 가깝고 상승기류 탈 수 있어 ‘인기 휴게소’
조류 먹이사슬 정점에 있어 자존심 셀 것 같은 맹금류도 알고 보면 철새다. 포식자인 이들은 겨울이 되면 먹잇감이 줄기 때문에 ‘새들의 왕’이라는 자존심을 접고 가을부터 먹잇감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한다. 매로 총칭되는 수리과 맹금류도 몽골이나 시베리아에서 남중국이나 동남아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들 맹금류가 겨울철 긴 여행을 떠나면서 상당수가 인천 옹진군 소청도를 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청도는 왜 따뜻한 남쪽을 찾아 떠나는 맹금류의 한반도 마지막 휴게소가 된 것일까?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5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일대에서 가을철 맹금류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결과, 수리과 조류 10종 5014마리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조사된 국내 관찰기록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이 가운데 희귀조인 벌매가 4372마리(87.2%)였고, 새매 118마리, 참매 117마리, 조롱이 104마리가 관찰됐다. 특히 벌매는 하루에 무려 1300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러시아 동부에서 번식하는 벌매 집단이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기 위해 한반도를 거쳐 중국 산둥반도 방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소청도를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벌매 등 맹금류는 남해안 홍도와 어청도 그리고 제주도를 거쳐서 중국으로 건너간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로 소청도가 벌매를 비롯한 맹금류의 한반도 주요 거점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김성현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 연구원은 “소청도가 지리적으로 산둥반도와 가까운 최단거리인데다 황해를 건너기 전 마지막으로 상승기류를 이용해 비행고도를 높일 수 있어 벌매 등 맹금류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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