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폭설·남반구 폭우, 지구촌 이상기온 왜?
북극 기온상승, 제트기류 방어벽 뚫려 찬공기 남하
중태평양 변형 엘니뇨, 북반구에 수증기 대량 공급
일부 학자 ‘미니 빙하기’ 주장에 ‘지구 자정론’ 나와
북극 기온상승, 제트기류 방어벽 뚫려 찬공기 남하
중태평양 변형 엘니뇨, 북반구에 수증기 대량 공급
일부 학자 ‘미니 빙하기’ 주장에 ‘지구 자정론’ 나와
지금 지구촌은 끔찍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4일 서울에 26.4㎝의,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폭설이 내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시작돼 3주 가까이 계속된 강추위로 일부 지역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도 최악의 폭설과 한파에 지난해 성탄절 때부터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다. 반대로 남미는 폭우와 폭염에 시달렸다.
지구의 이상한 날씨에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생명체인 지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비상수단에 돌입했다는 ‘가이아론’까지 나온다. 도대체 왜 이런 이상한 날씨가 지겹게 계속될까? 기상청의 도움으로 이상기온의 원인을 분석해봤다.
■ 얼마나 추웠나? 우리나라만 봐도 서울이 지난달 14일 영하 15.3도까지 떨어지고 철원이 영하 26.8도를 기록했다. 유럽과 북미의 한파도 심각했다. 1월 평균기온이 영하 7도인 노르웨이 오슬로는 지난달 영하 25도까지 떨어졌으며 비교적 겨울이 따뜻한 영국과 스페인도 30년 만의 추위를 겪었다. 기후가 온난한 미국의 플로리다가 영하로 떨어져 오렌지 농사가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폭설이 내린 다음날인 지난달 5일 인도 북부에는 한파가 밀려들어 60여명이 동사하기도 했다.
■ 왜 이렇게 춥나? 일본 기상청은 이번 추위의 원인을 북극진동으로 분석한다. 북극진동은 북극의 기압 변화에 따라 북극의 냉기가 ‘진자운동’처럼 저위도 지방으로 내려왔다가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 북극진동지수로, 북극에서부터 북위 20도 사이의 해면기압 편차에 의해 구한다.
그런데 올해는 북극이 따뜻해지고 중위도 지역이 차가워지는 기온의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북극의 한기 덩어리를 감싸고 회전하는 제트기류가 약화됐다. 제트기류의 벽을 뚫고 나온 이 한기가 동북아시아와 유럽 북미 지역으로 밀려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알래스카 지역과 그린란드 쪽에 저지 고기압(블로킹 하이)이 발달해 이 한기를 남쪽으로 깊숙이 밀어내는 통로 구실을 하면서 한파가 북미 플로리다와 유럽의 스페인, 아시아의 인도 같은 남쪽 지역까지 미쳤다. 반면 저지고기압이 위치한 알래스카와 미국 서부는 매우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
■ 눈 왜 많이 오나? 올해 한파의 특징은 많은 눈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미국, 유럽은 사상 최악의 폭설을 지난해 말부터 경험했다. 이렇게 많은 눈은 엘니뇨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지난해 적도가 아닌 중태평양 해수의 온도가 올라가는 변형된 엘니뇨 모도키가 일어났다”며 “이 유사 엘니뇨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반구에 따뜻한 수증기를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눈이 많이 왔다”는 것이다. 보통 눈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온도차가 클수록 많이 내린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두 공기의 기온차가 컸기 때문에 북반구 각국에서 사상 최악의 폭설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또 밀도가 큰 북극 한파가 쉬지 않고 남쪽으로 밀려들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들을 눈구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바다가 없는 베이징 같은 내륙지방에서도 폭설이 내렸다고 분석했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베이징에는 지난달 3일 이례적으로 12㎝의 폭설이 내렸다.
■ 남반구는 안 춥나? 최악의 한파와 폭설에 신음하는 북반구와 달리 남반구는 폭우 피해가 유난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물론이고 남미 아프리카에는 폭우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9일에는 남미 페루의 마추픽추 유적지에 폭우가 쏟아져 한국 관광객 18명을 비롯해 관광객 800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지역에서는 폭염이 이어져 기차레일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 미니 빙하기 왔나? 이처럼 추위가 계속되자 지구의 온난화가 끝나고 미니 빙하기가 도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독일 라이프니츠연구소 모지브 라티프 교수의 논문을 일부 외국 언론이 멋대로 해석하면서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캐나다의 윌리엄 패터슨 교수(서스캐처원대)도 옛 기후 자료에 근거해 1만2800년 전 발생한 미니 빙하기와 비슷한 대기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자들은 대체로 올해의 추위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북극진동 탓이지 빙하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라티프 교수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미니 빙하기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나사는 1월 말 지난 10년 동안 역사상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 지구는 현재 자정중? 빙하기가 왔다는 주장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쓰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즉 인간의 자연 파괴 등으로 더워진 지구가 그 열을 식히기 위해 올겨울 이상 한파와 폭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올겨울 혹한보다 온난화가 지구가 당면한 핵심 문제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렇지만 일부 학자들은 급격하게 더워진 지구의 온도 때문에 폭우와 한파 같은 기상 이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지구의 자정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매년 전년에 비해 급격히 늘고 있는 열대성 저기압과 폭우의 원인을 지구 온난화로 지적해왔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이에 앞서 캐나다의 윌리엄 패터슨 교수(서스캐처원대)도 옛 기후 자료에 근거해 1만2800년 전 발생한 미니 빙하기와 비슷한 대기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자들은 대체로 올해의 추위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북극진동 탓이지 빙하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라티프 교수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미니 빙하기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나사는 1월 말 지난 10년 동안 역사상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 지구는 현재 자정중? 빙하기가 왔다는 주장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쓰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즉 인간의 자연 파괴 등으로 더워진 지구가 그 열을 식히기 위해 올겨울 이상 한파와 폭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올겨울 혹한보다 온난화가 지구가 당면한 핵심 문제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렇지만 일부 학자들은 급격하게 더워진 지구의 온도 때문에 폭우와 한파 같은 기상 이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지구의 자정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매년 전년에 비해 급격히 늘고 있는 열대성 저기압과 폭우의 원인을 지구 온난화로 지적해왔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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