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바위늪구비에서 4대강 공사가 벌어져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자생공간이 위협받고 있다. 2일 삽차가 바위늪구비의 습지를 파헤치고 있다.
여주 바위늪구비 훼손 현장
전세계 1종뿐인 단양쑥부쟁이 ‘몰살 위기’
환경운동가들 “졸속 환경평가마저 안지켜”
전세계 1종뿐인 단양쑥부쟁이 ‘몰살 위기’
환경운동가들 “졸속 환경평가마저 안지켜”
세계 유일의 희귀식물 단양쑥부쟁이의 자생지 80%가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상황에 놓였다.
2일 오후 경기 여주군 강천면 여강(여주에서 남한강을 이르는 말) ‘바위늪구비’ 습지. 포클레인이 움직일 때마다 풀과 흙이 무더기로 파헤쳐졌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이 이 광경을 바라보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바로 이곳이 전세계에서 1종밖에 없는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자생지인데, 이른바 ‘4대강 삽질’로 이 희귀식물의 삶터가 송두리째 ‘파괴’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이곳에 둑을 쌓고 자전거길과 산책로, 마루(데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한강 유역의 대표 습지인 바위늪구비는 213만9000㎥ 규모로 단양쑥부쟁이를 포함해 다양한 생물들이 자라고 있어 수도권 시민의 생태탐방 지역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남한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단양쑥부쟁이 집중분포지 중 샛강 조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보존토록 한다’고 명시해놓았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공사는 이 평가서와 달리, 보존은커녕 환경훼손이나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항진 위원장은 “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이 바위늪구비의 샛강 조성 구간만 빼고 나머지는 보존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전체 구간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즉각적인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3일 자체 확인한 단양쑥부쟁이 분포지역 9만3000㎡ 가운데 13%인 1만2500㎡만 원형대로 보존하고, 나머지 87%는 인근 대체지로 옮겨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공의 이 계획은 설상가상으로 이 지역 단양쑥부쟁이를 숫제 ‘몰살’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계획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엄태원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단양쑥부쟁이는 물과 햇빛이 풍부하고 모래와 자갈이 섞여 물이 잘 빠지는 지역에서만 사는 생육조건이 까다로운 식물”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수계와 수위, 배수·물 흡수 정도 등 생육환경이 바뀌면 한순간에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사 전 희귀식물 분포지와 공사 도면을 비교해 충돌하는 곳을 어떻게 피할지 찾아야 하는데 절차가 거꾸로 됐다”며 “이렇게 마구 파헤치면 한국에서 귀한 동식물들이 보존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여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바위늪구비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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