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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블로그] 영산강 공사현장 답사 소감

등록 2010-02-09 15:16

 금천에서 나주 금성산 방으로 본 강의 풍경. 강물에 작은 점들은 새들이 앉아 있 는 모습임.
금천에서 나주 금성산 방으로 본 강의 풍경. 강물에 작은 점들은 새들이 앉아 있 는 모습임.
꽃은 피어있을 때에 아름답다.

박제된 동물을 보고 정을 느낄 수 없는 법이다.

강도 그렇다.

흐르는 물, 강 가운데 작은 섬처럼 쌓인 모래톱, 어디선 가 흘러와 모래톱에 자리 잡은 버드나무, 그 아래 물에서 유영하는 새들…, 그렇게 어우러질 때 대 강 역시 살아 있는 강이 된다.

강은 들판을 지나면서 농작물을 키우고, 공장이 있는 곳에서는 공장의 열을 식히는 용수가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강은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식수의 공급원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을 빗대어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했다. 그만큼 맑고 깨끗한 물이 흔했기에 아낌없이 썼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1세기 전만 해도 서울 사람들은 한강 물을 그대로 먹었다. 유명한 북청 물장수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되면서 우리 강도 많이 흐려져 지금 강물을 그대로 먹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4대강 운하가 불거지자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 되었던 일이 식수문제였다. 20년 전 페놀사태를 시작으로 낙동강 하류의 주민들의 식수에 대한 걱정은 그치지 않았다. 대구와 부산 지역 주민들이 갈등하는 대구 위천공단의 문제도 결국 먹는 물때문임을 알고 있다.

또 한강 쪽에서도 자치단체간 식수 문제로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4대강 사업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필연적으로 강이 더 혼탁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요즘 보니 그런 기우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본다. 건강한 물을 먹을 때 사람의 몸도 건강해지고 심성 또한 맑아진다고 생각한다. 잘 하는 정치는 국민들에게 맑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본질을 명확하게 따져야할 그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4대강 사업을 추진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내가 먹고 살지 않을 강물인데 내가 나설 일이 있겠느냐고 뒷전에 관망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더구나 영산강 공사는 우리가 사는 광주의 식수문제에 전혀 영향을 주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영산강을 파헤치는 공사를 보고 다니면서도 어물쩍 외면하고 말았다.

그런데 뜻있는 신문 뿐 아니라 방송이나 심지어는 조중동까지 식수문제와 졸속 공사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했던 대로 식수 문제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어제(7일) 영산강 공사 현장이라도 다시 보자고 길을 나섰다. 나주대교에서 영산포로 흐르는 강의 일부는 이미 준설이 끝난 것인지 논이었던 둔치에는 흙으로 덮여 있었고 나주 시내 쪽으로도 논이었던 하천 부지를 파헤치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화단에 조화를 심어 놓은 모습이 그러할 것이다. 박제가 된 수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건 자연의 강이 아니라 자정 능력을 상실한 그냥 물길이었다.

나주 노안과 광주 서창을 잇는 보막이 공사장의 풍경은 더 참담했다. 그곳에 살아 있은 강은 없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이 보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강은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사행천(蛇行川)이라고 한다. 완만하고 느리게 흐르면서 물은 스스로 원래의 청정함을 되찾는다고 들었다. 옛길을 없애고 고속도로를 건설하듯 사행천을 직선의 강으로 만든다면 물의 흐름은 빠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자정능력이 떨어지는 죽음의 강이 된다고 했다. 여과 없이 하류로 밀려든 오물은 농업용수로 부적합한 5급수가 되기 마련이다. 그 물은 연안의 바다까지 오염시킨다고 했다.

 (막상 보니 생각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보니 생각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화려한 청사진을 걸어두고 강을 죽이면서 강을 살린다는 “녹색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강은 대부분 하천의 하상이 주변의 논밭보다 높다는 천정천(天井川)이라고 한다.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면 논밭의 물이 강으로 빠지지 않아 범람하는 경우가 많다. 홍수가 났을 때 물을 잘 빠지게 하는 물을 잘 바지게 하는 사업이라면 물 흐름을 빨리하기 위해 강바닥을 준설하여 물길을 내는 것으로 끝내야지 물을 가두는 보는 무엇 때문에 만든단 말인가? 강에 철제 빔을 촘촘하게 박아 놓은 현장을 보면서 인간이 강에게 참 모진 짓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둔치에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리(봉호교)를 건너 노안쪽 봉호마을에 들어섰으나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시골집까지 노인들이라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라도 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며칠 전 환경운동 단체의 최간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고 말았다.

최간사에 의하면 대부분 공유지인 하천 부지를 경작하는 농민들에게 토지 수용 사실을 겨우 5일 전에야 알렸다던가? 그만큼 계획성이 부족한 졸속이었다는 말이었다.

[유람선이 떠있는 강]의 그림이 생경스러웠던 입간판을 뒤로 하고 둑 위에 서니 넓은 승촌 들이 시원했다. 그러나 들을 보니 또 한 가지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보에 갇힌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면 저 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만약 보를 넘지 못한 물 때문에 평야의 물을 빼내지 못한다면 들에 지어놓은 비닐하우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공사 현장의 청사진)
(공사 현장의 청사진)

동냥은 못 줄망정 바가지는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 농민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농사짓는 땅을 빼앗는 것은 무심 심보인가? 하천 부지를 갈아먹은 농민들을 졸지에 내쫓는 법이 “녹색성장”이란 말인가? 농토에 심은 작물을 수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데도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자연 파괴하는 것을 성장이라고 하면서 녹색으로 가린 정권의 교활함이 보이고 나 또한 공범자인 것만 같아 가슴이 무거웠다.

많은 분들이 공사장을 직접 답사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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