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용 전파발신기 발달
철새 등 이동경로 밝혀내
철새 등 이동경로 밝혀내
철새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이동할까? 이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인간이 가진 오랜 궁금증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철새의 발에 표식을 달아놓고 그 철새를 다른 지역에서 발견하는 방식으로 경로를 추측하는 게 전부였다. 또 철새가 이동하는 경로에 관측소를 세워놓고 이동 시기와 개체 수를 일일이 세는 수고로운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이런 수고가 줄고 철새의 이동경로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인공위성용 초소형 전파발신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무게 22g, 본체 길이(안테나 제외) 약 4㎝인 이 기계의 가격은 대당 300만원이다. 여기서 나오는 전파를 인공위성이 추적해 새들의 정확한 이동 경로를 알아낸다. 이 발신기는 태양열로 자체 충전되며 수명은 2년 정도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월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솔개, 말똥가리 등 수리과 새의 이동경로를 연구중이다. 텃새로만 알려졌던 솔개가 겨울철 이동하는 철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솔개, 말똥가리 등은 모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보호되고 있지만 이들의 이동경로, 이동시기, 서식지 같은 자세한 생태정보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허위행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는 “위성전파발신기를 이용하면 그동안 출발지와 도착지만 알던 철새들의 모든 이동경로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며 “기존 문헌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조류연구팀은 이미 1998년 독수리에 전파 발신기를 달아 텃새로 알려진 독수리의 이동 경로를 확인한 바가 있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팀도 남방 철새인 슴새가 전남 해안에서 필리핀과 베트남을 거쳐 싱가포르까지 3300㎞나 날아간다는 것을 인공위성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철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희귀 조류의 보호 관리뿐 아니라 조류 바이러스 등 새를 매개로 일어나는 질병의 경로 추적과 예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권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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