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조력발전소의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분오포구에서 이 지역 어민 신재성(54·강화군 화도면 사기리)씨가 9일 오후 주꾸미 조업을 하려고 어구를 손질하고 있다. 신씨는 “새만금 방조제 건설 뒤 서천 등 충남해안에서 젓새우 어획고가 격감하는 통에 강경·서천의 새우중매인들이 강화로 몰려왔다”며 “발전소 건설이 초래하는 결과를 잘 안다”고 말했다. 강화/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발표뒤 발전회사 앞다퉈
“어민 70~80% 조업기반 잃고 갯벌 죽어” 반발
“어민 70~80% 조업기반 잃고 갯벌 죽어” 반발
서해 앞바다가 조력을 이용한 대규모 발전소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사업자인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올 연말 완공을 앞둔 가운데,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이 충남 서산과 태안을 잇는 ‘가로림만 조력’, 인천 석모도 일대 ‘강화 조력’, 인천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인천만 조력’ 등 추가로 세 곳의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4곳의 발전소 모두 터 규모와 발전용량에서 지금까지 세계 최대인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22㎢, 240㎿)를 훌쩍 뛰어넘는다. 발전소 4곳의 생산용량을 합치면 원자력발전소 3기 정도와 맞먹는다.
조력발전은 강 하구나 만에 댐을 건설해 밀물과 썰물 때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력을 얻는 발전 방식이다. 화석연료가 아닌 자연의 힘을 빌리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된다. 그러나 서해안에 한꺼번에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심각한 환경파괴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대형 방조제를 세워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가두기 때문에 갯벌 파괴 등 해양 생태계와 어민 생계 터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한국해양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은 ‘강화 조력발전 사업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보면, 발전소 건설로 인천 석모도 일대 갯벌이 최대 7.65㎢ 줄어든다. 강화 조력발전 한곳에서만 여의도만큼의 갯벌을 죽이는 셈이다.
환경단체들은 해양 생태계 파괴가 급격히 진행됐던 시화호와 새만금 건설 사례를 들어 “아무리 재생가능한 에너지라 해도 대규모 발전시설 건립은 환경파괴와 지역사회 갈등을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용오 강화조력 대책위원장은 “어림잡아 인근 어민 70~80%가 조업 기반을 잃고 해양 생태계 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왜 이렇게 조력발전소 건설을 한꺼번에 유행처럼 강행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력발전소 건설 열풍은 정부가 2012년부터 발전사업자들에 발전용량의 일정치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의무화 대상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한전 발전자회사, 수자원공사 등이 주로 대규모 조력발전으로 의무량을 채울 생각이기 때문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대규모로 조성 가능한 발전소는 조력뿐”이라며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친환경 기술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 공기업들이 추진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은 환경문제뿐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사업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발전사업은 소규모 사업자 중심으로, 정부의 발전차액지원제도에 기대어 성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제도에 따른 지원을 축소하기 시작해 2012년에는 폐지할 방침이다. 대규모 조력발전소들이 중소 발전사업자들의 태양광·풍력발전을 밀쳐내는 꼴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장점인 ‘소규모·자발적인 순환형 에너지 생산’도 어려워진다.
발전차액지원제도의 폐지는 녹색에너지 육성을 위한 국제적인 흐름과도 어긋난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이 제도를 시행중이며,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등 15개 주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태양광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되살렸다. 이에 대해 정부 쪽은 서해안의 조력발전소 건설은 사업주체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사업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태도다. 황수성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대규모 발전보다 소규모·자가용 발전이 신재생에너지 성장에 더 이롭다는 것은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의무할당제를 도입하더라도 소규모·자가용 발전이 커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이태희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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