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치평동 제1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이 지난 9일 영산강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하수처리 과정을 거쳤지만 검은색을 띤 물살에 거품이 일고 있다. 광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4대강 승촌보 예정지역 부영화 심각
부영양화 OECD기준 8배
“하천체류 늘면 강물 썩어”
부영양화 OECD기준 8배
“하천체류 늘면 강물 썩어”
가뜩이나 오염이 심한 영산강에 보를 건설하면 썩은 물을 가두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영양화를 막을 예산이 태부족인데다 농경지 등에서 빗물을 타고 흘러드는 오염물질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광주시 남구 승촌동 영산강 6공구 사업장인 승촌보 건설 현장에서 굴착기 수십대가 강바닥을 파내고 있었다. 이달 말부터 구조물 공사에 들어가 내년 12월 완공될 예정인 승촌보는 영산강에서도 부영양화 우려가 가장 높은 곳이다. 영산강은 광주시의 생활하수가 포함된 광주천이 흘러들면서 오염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하수 속의 총인(물에 녹아있는 인화합물의 총량)은 식물플랑크톤인 조류가 대량 번식하는 영양분 구실을 해 녹조 등의 형태로 강을 썩게 만든다. 환경부 하천수질 자동측정망 자료를 보면, 2000~2009년 광주천이 영산강에 합류하는 극락교 지점의 총인 평균은 0.813㎎/ℓ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부영양화 단계 0.035~0.1㎎/ℓ를 8배 이상 초과했다. 여기에 광주천 합류 지점에서 12.4㎞ 하류에 승촌보가 건설되면 강물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부영양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하천의 총인 농도는 이미 부영양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체류시간만 늘어나면 언제든 조류가 번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도 “잘못되면 오염된 물을 가두는 꼴이 될까봐 걱정”이라며 “댐이나 저수지를 막아 맑은 물을 영산강으로 끌어올 여건도 안 된다”고 대책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정부는 영산강 부영양화 대책으로 2012년부터 총인의 하수처리장 방류 기준을 영산강의 경우 2㎎/ℓ(동절기 8㎎/ℓ)에서 0.3㎎/ℓ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내년 말까지 광주 하수처리장 방류수 속의 총인을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총인처리시설 설치를 서두르고 있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현종 광주시 하수시설 담당은 “하수처리장 2곳에 982억원을 들여 총인처리시설을 추가해야 하는데 절반인 491억원을 마련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처리장 말고도 농경지, 도로 등에서 빗물과 함께 강에 흘러드는 비료, 축산폐기물 등 부영양화 물질도 문제다. 이런 비점오염원은 영산강 부영양화 물질의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으나 뾰족한 관리대책이 없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조기안 초당대 교수(환경공학)는 “영산강 유역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농경지에서 퇴비·비료 성분 등이 유입되면 총인처리시설을 갖추더라도 부영양화를 피하지 못한다”며 “물을 확보하기 위해 10~20일 동안 보의 수문을 열지 않으면 녹조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권은중 기자 daeha@hani.co.kr [관련영상] 사대강 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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