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 왜 썩나
물 흐르면 그나마 덜 섞어
물 흐르면 그나마 덜 섞어
환경 전문가의 복잡한 설명이 없더라도 일반인도 고인 물이 썩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그렇다면 고인 물은 왜 썩을까?
식물플랑크톤의 하나인 조류가 자라려면 햇빛과 양분이 필요하다. 양분 가운데 질소와 인이 늘 부족한데, 우리나라에선 인 농도가 조류 번창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총인은 물에 녹아있는 인화합물의 총량을 말하며, 하천에 유입되는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가축의 배설물 등에 주로 들어있다.
유기물질이 하천에 너무 많이 들어오면 조류의 광합성이 급증해 성장과 번식이 매우 빠르게 이뤄진다. 조류가 대량 번식하면 물의 표면을 뒤덮어 햇빛을 차단하는데다, 죽은 조류를 분해하느라 산소 소비량이 급속히 늘어난다. 그 결과 물고기 등 수중생물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부족해 떼죽음하고, 강바닥에서 황화수소 가스가 발생하는 등 물이 썩는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부영양화는 금강 상류인 대청댐을 비롯한 댐을 제외하고 하천 오염의 원인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총인의 농도가 낮았기 때문이 아니라 강물이 흘러 조류가 한곳에 머물러 대량증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환경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강 하류의 총인농도는 0.16~0.20㎎/ℓ로 부영양화 기준을 웃돌고 있다. 김범철 강원대 교수(환경과학)는 지난해 5월 ‘우리나라 부영양화 원인과 대책’이라는 발표문에서 “인농도는 항상 조류가 번식하기에 충분하게 높지만 강물이 흐르기 때문에 부영양화가 제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물을 가두는 보를 만들면 하천의 흐름이 막히면서 부영양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환경공학) 교수는 “10개의 보가 들어설 예정인 낙동강의 경우, 물이 상류에서 하류까지 흐르는 시간이 현재의 18.4일보다 10배 긴 185일로 늘어날 것”이라며 “조류 성장률은 8.17배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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