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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블로그] 지리산은 몸살 중

등록 2010-03-19 15:36

지리산 마천에서 황토구들집 일을 하느라 거의 한 달을 보냈다. 천왕봉이 지척에서 보이는 곳에 머물기는 최장의 기간이었다. 그곳에 머물며 산내와 마천 등 지리산 북부지역의 생활상을 가까이서 살필 수 있었다.

1. 개발주의자들의 도전에 직면한 지리산

지리산댐 및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다. 케이블카 설치계획은 황당무계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관광수입과 각종 이권을 노린 지자체들에 의해 강력히 추진되고 있고, 지리산댐은 이명박정권 들어 4대강 개발 등 개발주의정책과 맞물려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물론 땅값 상승이나 장사와 관련된 이권 때문에 댐건설을 지지하는 지역주민들도 적지 않다.)

댐건설의 명분은 홍수조절과 식수원 확보지만 내가 볼때 가장 중요한 동기는 건설산업 부양과 부산 등 경남권 대도시의 물공급이다. 전국의 강물을 오염시킨 개발족 및 성장주의자들이 도시에서 살면서 청정 산천을 희생시켜 상수도는 깨끗한 물을 공급 받겠다는 욕심에는 문제가 많다. 지리산이 오염되면 그 다음의 종착지는 어디가 될까? 실제 도시에서 상수도를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자연생태계 파괴의 부작용을 또 다른 파괴로 해결하려는 물질문명과 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개발주의자들의 근시안과 얄팍함이 나는 두려울 뿐이다.

2. 지리산 둘레길의 부작용

지리산에 둘레길이란 게 생기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로부터 제주 올레길이 생기고 다시 지리산 둘레길이 생겨났다고 한다. 물론 의도는 좋았을 것이다. 결과도 좋은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들도 만만치 않게 지적되고 있다.

우선 지리산이 그런 길을 만드는데 적당한 곳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쾌적하면서도 환경파괴나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관광 사업을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여 환경운동 사업으로 포장하여 관의 자금을 받으며 시작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 사업이 둘레길 사업에 참여하는 몇몇 사람들의 공명심을 만족시키거나 먹여 살릴지는 모르지만 모든 일에 돈이 관련되면 순수성을 잃는다.


이제는 주도권이 관(산림청)으로 넘어가 관주도의 개발사업으로 변질되었다 한다. 또한 둘레길 주변의 마을들이 상업화되면서 땅값이 오르고 인심이 나빠지는 점도 미리 예견된 현상이었다. 민박손님을 유치하려고 마을주민들끼리 경쟁적으로 호객행위도 하고 나눠먹던 잉여농산물은 판매용으로 바뀌어 나눔의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둘레길이 통과하는 어떤 마을에서는 생태 체험관이 생태와 전혀 상관 없는 콘크리트 건물로 건설 되고 있었다. 이 처럼 찬사를 듬뿍 받는 둘레길 탄생의 이면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3, 귀농에 따른 주민들 사이의 알력

이 문제는 귀농인들이 모이는 어느 곳에나 있을 것이나 특히 지리산 주변에 귀농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원주민들의 텃세와 귀농인들의 무례함으로 인한 문제는 물론이고 원주민과 귀농인들, 그리고 귀농인들 사이에 이권이나 인간관계에 따른 잡음이나 알력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인구가 늘면 땅값이 오르고 사업이 잘 되면서 생기는 부작용들이다. 순수하고 조용한 귀농보다는 돈벌이와 관련된 귀농일 때 잡음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았다.

아무튼 지리산은 예전의 지리산이 아니었다. 1979년 내가 처음 지리산 등반을 할 때는 서울에서부터 버스를 여러번 갈아 타야 갈 수 있었던 마천이었다. 그 당시는 버스가 포장이 안 된 돌담 사이의 마을길을 지나가며 손님을 내려줬던 원시적, 향토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오지였었다. 등산로 모퉁이에서는 빨치산들을 다시 만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처녀림 같은 곳이었다. 이제 이 강토에 그런 곳은 다 사라지고 추한 문명의 파편들만이 어지럽게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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