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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표범장지뱀 등 ‘희귀종 낙원’ 삽차·덤프트럭 바퀴자국만

등록 2010-04-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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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늪구비 ‘쑥부쟁이’ 군락 일부만 남아
꾸구리·돌상어 사는 도리섬 턱밑까지 공사
한강6공구는 지금

21일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강천보 공사 현장에서 직선으로 6~7㎞ 떨어진 바위늪구비와 도리섬은 더 이상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동식물의 낙원이 아니었다. 4대강 사업 가운데 한강 6공구(여주군 여주읍 상리~점동면 삼합리)에 속한 두 곳의 모습은 여느 개발지구와 다를 게 없었다. 철새와 텃새들이 알을 낳고 보듬던 물억새와 버드나무 군락은 보이지 않았고, 삽차와 덤프트럭의 바큇자국만 흉터처럼 남아 있었다.

지난 14일부터 도리섬 4대강 공사장에서 농성중인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21일 “이명박 정부는 자연을 실험용 ‘마루타’ 정도로 여기고 있다”며 “환경부의 요구대로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희귀 동식물군에 대한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현장 공사를 맡은 수자원공사는 긴급 조처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수공의 박성순 강천보 건설단장은 “단양쑥부쟁이 집중 군락지는 이미 표지판과 보호망으로 출입금지 조처가 이뤄졌고, 공사 관련자들도 두 차례 교육을 실시했다”며 “일단 긴급 조처를 통해 이곳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주군도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단양쑥부쟁이 멸종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적 희귀종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자생지인 여주군 강천면 바위늪구비는 강폭이 넓고 물 흐름이 느린 남한강의 특성으로 인해 발달한 범람 습지다. 범람 습지와 인근 야산들에 기대어 표범장지뱀과 ‘작은 호랑이’라고 불리는 삵,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 등 희귀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특히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 자생하는 단양쑥부쟁이는 바위늪구비의 생태적 가치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선물은 ‘4대강 삽질’로 인해 불과 몇 달 만에 천혜의 습지에서 황량한 벌판으로 바뀌었다. 축구장 300개가 들어갈 수 있는 213만9000㎡ 넓이의 너른 습지와 그 안의 다양한 야생 나무와 꽃, 덩굴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훼손 사실이 고발된 뒤 보호줄이 쳐진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일부가 고립돼 있을 뿐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단양쑥부쟁이 집중분포지 중 샛강 조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 보존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애초 단양쑥부쟁이는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변에 널리 분포했다. 그러나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서식지가 수몰돼 거의 멸종했다가 2005년에 바위늪구비에서 자생 군락지가 발견됐다. 하지만 단양쑥부쟁이는 1차 충주댐에 이어 2차 4대강이라는 ‘인간의 공격’에 직면해 있다.

바위늪구비에서 조금 떨어진 도리섬은 섬강과 청미천을 흘러온 물이 남한강과 만나는 지역에 형성됐다. 바위늪구비와 마찬가지로 단양쑥부쟁이는 물론 표범장지뱀과 꾸구리, 돌상어, 삵과 수달, 원앙 등이 산다. 그러나 이곳 역시 바위늪구비와 같은 운명에 놓였다. 수자원공사는 “도리섬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삽차는 도리섬 턱밑까지 파고 들어갔다. 여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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