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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 동식물] ⑤맹꽁이

등록 2005-06-14 16:11수정 2005-06-14 16:11

맹꽁인 “맹꽁”이라고 안운다

농한기는 두 번이다. 누런 벌판을 넉넉한 마음으로 비우고 나서 옹골찬 헛간을 사목사목 채운 뒤, 뒤꼍 앙상한 가지에 달린 아직 푸르른 떫은 감이 익기를 여유롭게 기다리는 가을이 그 하나다. 또 많은 못줄들이 분주히 오가고 가르는 모내기철이 지난 뒤 다음 힘쓸 때에 앞서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 장마철, 꿩의 한가한 노래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때가 두 번째다. 오히려 짧지만 풀어지는 느낌의 장마철 휴지기는 더 큰 분주함을 앞두고 있기에 더욱 절실하고 소중하다.

생물들의 시계는 동일한 리듬을 보인다. 아무리 관망하듯 간격을 두고자 하는 인간들도 농번기에서 보듯 결국에는 포함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가 휴식하는 이때, 느슨해진 시간을 틈타 바삐 움직이는 놈이 있다. 아주 적극적이고 필사적이다. 모양새나 이름은 이런 묘사에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다. 또 하나의 잊혀져 가는 우리의 이웃, 맹꽁이다. 우리네 농번기의 시작을 산개구리, 도롱뇽이 알려줬다면 분주한 전반기의 끝자락 장마의 소식은 맹꽁이가 있어 알 수 있었다.

맹꽁이는 크기가 4~5cm 정도 되며, 장마철에 집단으로 모여 짝짓기를 한다. 수면에 알을 한층으로 띄워놓아 쉽게 다른 동물의 알과 구별된다. 행동반경이 작고 좁은 지역에 밀집해 살아가기 때문에 대규모 건설사업이 있게 되면 피해를 더욱 크게 입는 놈들이다.

맹꽁이의 이름은 그 울음 소리에 따라 붙은 이름이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를 하나만 지니고 있어 두 음절로 울 수 없다. 하지만 울음은 맹꽁이라는 두 음절로 들린다. 동물이 소리를 내는 것은 사람처럼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목적은 짝을 찾는데 있다. 그것이 자신을 알리는 방법으로 유일하다면 그 방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맹꽁이 하나가 소리를 내어 암컷을 부르고 있다. 그대로 두면 암컷들 모두 그 소리에 끌려갈 듯 매력적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녀석이 더 크고 더 굵은 소리로 한번 울어본다. 또 다른 녀석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운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연결되는 소리가 ‘맹~꽁~’으로 들리는 것이다.

사연인즉 심각하지만 맹꽁이 울음소리는 우리네의 한적한 휴식을 참으로 차분하고 정감있게 꾸며주었다. 여유를 여유로 놔두지 않는 요즘이다. 맹꽁이와 함께 그들이 알려준 여유로움도 언제나 우리곁에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심재한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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